영국의 중서부 한 개펄에서 조개잡이를 하다 익사한 중국인 불법노동자들이 ‘노예’ 수준의 처우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영국이 외국인노동자 문제로 들끓고 있다.
지난 5일 밤 영국 중서부 랭커셔주 모어캠 만에서 중국인 불법노동자 19명이 조개를 줍다 빠르게 밀려드는 바닷물에 휩쓸려 익사했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 영국에서 가장 큰 개펄을 형성한 모어컴 만은 고수입을 노린 조개잡이 붐이 일고 있으나 밀물 속도가 매우 빨라 조개잡이 하던 사람들의 익사사고가 잇따르는 위험지역이다. 12월에 시작되는 이곳 조개잡이는 하루에 1인당 최고 500파운드(약 1백만원)까지 벌 수 있을 정도로 수입이 짭짤하다.
영국 경찰은 “숨진 중국인 노동자들은 하루에 9시간을 일하면서도 겨우 1파운드의 일당을 받았다”며 “이들을 고용한 범죄조직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깜깜한 밤에 일하다 참사를 당했다.
브라이언 웅 리버풀 재영 중국인단체 대표는 “돈을 벌기 위해 영국으로 밀입국하는 중국인들은 알선 브로커에게 많은 빚을 지게 돼 일당이 얼마든 닥치는 대로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범죄조직 아래서 열악한 대우를 받아도 불법이민자 신분이기 때문에 제대로 항의할 수 없고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다른 일거리를 찾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중국은 영국에서 불법체류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본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영국에 요구하고 있다.
영국 언론도 이 문제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 메일>은 “날로 커지는 지하경제 때문에 불법노동자가 양산되고 있다”며 “불법 브로커를 단속하고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양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일리 익스프레스>도 “이번 비극은 이민 및 난민 정책에 인도적 요소가 절실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주말 중국 젊은이 19명이 어처구니없는 떼죽음을 당했다. 5일 영국의 중서부 해안 모어캠(Morecambe) 갯벌에 불법이민자로 추정되는 20세 전후의 중국인 30여명이 승합차로 실려 왔다. 이들은 이 지역 특산품인 새조개(닭고기 맛이 나는 식용 조개)를 채취하기 위해 뻘 속으로 2㎞가량 걸어 들어갔다. 해질 무렵 인근에서 일하던 영국인들은 철수했다. 그러면서 “밀물이 들어오니 빨리 철수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문제의 중국인들은 그 말을 못 알아들었다. 또 중국인 인신 매매단이 데리러 올 때까지 무작정 일하며 기다리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밀물은 순식간에 가슴까지 차올랐다. 달빛에 비친 이들의 모습을 본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달려갔으나 절반 이상은 이미 익사한 뒤였다. 일요일까지 시체 인양작업이 이어졌다. 살아 나온 중국인 14명은 인근 갈대밭과 헛간에 숨어 있다 잡혔다.
2000년 영국 도버 해안 밀폐된 트럭 짐칸에서 중국인 밀입국자 58명이 시체로 발견된 이래 최대의 참사다. 그후 짐칸에 숨어 들어오는 밀입국자들은 줄었다. 그러나 중국인 인신매매단, 속칭 ‘스네이크 헤드(Snake-head)’들의 사업은 번창일로였다. 수요와 공급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젊은이들은 보다 나은 삶을 찾아 인신매매단에 몸을 맡긴다. 이들은 러시아와 동유럽을 거쳐 네덜란드에 도착해 서유럽 각지로 흩어진다. 그러다 영국으로 몰리는 것은 그나마 영어가 덜 낯선 데다 허드렛일 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난민신청을 하거나 위조서류를 이용해 입국한다. 일단 입국하면 송출비(1인당 약 3천만원)를 저당잡고 있는 인신매매단에 매인 신세가 된다. 사실상 노예 노동을 하는 셈이다. 새조개 채취는 인신매매단의 신종 사업이다. 조개가 비싼 데 반해 일이 힘들고 위험해 노예노동에나 알맞다. <선데이 타임스>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받는 돈이 하루 1파운드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