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인(1984년 생) 임동혁의 영국 데뷔 공연은 길이 뇌리에 남을 만큼 압도적인 경험이었다.
이번에 특히 그는 피아노와 음악을 동시에 죽여버리는(무력화시키는) 기교의 과다한 노출이 아닌, 믿기 힘들만큼의 음악적 통찰력, 성숙함 그리고 연주색의 마력적인 음역을 관객에게 안겨 주었다.
그는 예전부터 유명한 위그모어 홀의 훌륭한 전통의 기초를 쌓은 과거의 모든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아르투르 쉬나벨에서 타티아나 니콜라예바에 이르기까지-을 떠올리게 했다.
동시에 그의 독주회는 이 전통이 비록 이따금씩만 나타나긴 해도(슬픈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다는 것을 청중들에게 확신시켰다.
어린 시절 서울의 국립 예술 종합학교에서 공부한 다음 그는 10살의 나이에 Moscow Central Music School에 입학해서 1998년(14세)에 졸업했다. 모스크바의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레프 나우모프 교수 휘하에서 학업을 계속한 그는 현재 하노버 음악 대학에서 아리 바르디 교수의 지도를 받고 있다.
임(동혁)은 다수의 일류 콩쿠르를 석권했고 이미 많은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했고 스위스와 독일, 폴란드와 프랑스의 피아노 페스티벌에서 청중 앞에 섰다.
◀이번 공연은 모두 쇼팽으로만 채워진, 모든 쇼팽팬들의 필수품인 그의 EMI 2집 발매와 맞춰서 열렸다. 한편, EMI의 “마리타 아르헤리치 presents” 시리즈인 그의 첫 번째 앨범은 쇼팽과 슈베르트 그리고 라벨로 채워져 있다.
그의 조국인 한국에서 그는 17000명 이상의 회원을 거느린 팬클럽을 가진 팝 스타의 지위를 획득하고 있다. 작년에 그는 브뤼셀에서 열렸던 퀸 엘리자베스 국제음악 콩쿠르의 3등 수상을 거부함으로써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혹자는 이 젊은 피아니스트가 그의 커리어를 오만함을 통해서 키워나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고 놀라워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만약 그랬다면 임(동혁)은 이 중요한 데뷔 무대를 위해서 대단한 거장의 레퍼토리나 잘 알려지지 않은 곡목들을 선곡했을 것이다. 그 대신에 그는 모든 피아노 팬들에게 친숙한, 그 때문에 음반으로 나와 있는 수많은 유명한 해석들과 비교될 위험이 있는 작품들을 연주했다.
그는 허영심에 들떠 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오만 방자하지도 않은 태도로 무대에 등장했다. 신중하게 그는 그랜드 피아노로 다가가서 주저하지도 않고, 그리고 털끝만큼의 매너리즘도 없이 연주를 시작했다.
1부 순서는 쇼팽의 세 개의 마주르카 Op.59와 피아노 소나타 3번 B단조 작품58이었다. 나는 쇼팽이 이렇게 벨 칸토의 서정으로 연주되는 것을 오랫동안 들어본 적이 없다.
인위적인 노력 따위는 하지 않은 테크닉과 부드러움 그리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음악성이 어우러진 것이었다. 그의 연주에선 단 한 음의 거친 소리도 들리지 않는 대신 흐트러지지 않는 일관된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그것은 호로비츠를 추억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쇼팽을 연주하는 것은 결코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반드시 타고 나야 하는 것이다.
이 젊은 피아니스트는 작곡가에게 진실한 훌륭한 음악가일 뿐만 아니라 사운드의 아름다움을 매혹적인 감성을 가진 진정한 창조적 예술가인 것이다.
그는 4곡의 매우 다른 앙코르곡들을 들려 주었다. 빌헬름 켐프의 편곡인 듯한 바흐, 스크리아빈 에튀드, 차이코프스키의 사계중 한 악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클레멘티를 마치 끝없이 꿰어진 가장 훌륭한 진주 목걸이처럼 연주했다.
임(동혁)의 독주회는 모든 게 시간 낭비인 것만은 아니라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한스 테오도르 볼파르트
■ 영어 원본은 http://www.musicweb.uk.net/SandH/2004/Jan-Apr04/Chopin151.htm 에서 참조 가능.
■본지 638호 문화산책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