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변호사 부부와 여대생·소설가·경찰·여배우·목사·프로축구선수·과학자 등 10명만 살았다. 이 중 7명만 과학자가 만든 캡슐로 들어갈 수 있는데 당신이 최고 결정권자라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올해 SK 그룹의 면접 시험은 이런 당혹스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올 하반기 채용 현장이 달라지고 있다. 이노종 SK그룹 전무는 “정답이 뻔한 시사 상식 문제는 더 이상 묻지 않는다”며 “위기 대처 능력, 순발력·창의력 등을 평가해 우열을 가리고 면접 비중도 크게 높였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초 150명의 대졸 사원을 뽑은 CJ(제일제당) 그룹은 면접자 1명당 부장급 면접위원 2명이 60~70분 동안 ‘심층 면접’을 실시했다. CJ 그룹은 면접이 당락을 좌우했다고 말한다.
이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IBM 스타일’에서 ‘MS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IBM 스타일이란 하버드·예일대 같은 명문대 출신 모범생 스타일을 말한다. 과거 미국 IBM에서 이런 스타일의 인재를 선호한 데서 유래했다. 반면 MS형은 학벌은 떨어져도 개성이 넘치는 인재를 말한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이런 인재 선발 원칙으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한만진 LG전자 상무는 “이제는 학력보다는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에디슨형 인재’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용 방식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대웅제약·한국휴렛팩커드·안철수연구소·한솔제지·현대백화점 등은 직원 추천으로 신입 사원을 뽑는 사원추천제를 실시 중이다. 취업이 성사되면 추천한 사원에게 최대 1백만원 정도의 포상금도 준다.
샘표식품은 작년 말부터 1시간30분 동안 창작 요리를 만드는 ‘요리 면접’을 즉석에서 실시해 응시자의 리더십·적극성·사회성을 관찰해 채용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공채시험 1차 전형은 인력채용 전문기관에, 1차 면접은 외부 인사 전문가에게 위탁하는 방식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