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유로권 나라에 체류중인 2만명 이상의 한국 유학생들이 한파를 맞고 있다.
네덜란드 캄펜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김모(34)씨는 최근 중고 노트북PC를 내다팔았다. 한국의 가족과 지인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김씨는 “가전제품과 자동차까지 중고시장에 내다 팔았다”면서 “몇년전만 해도 이곳에서 일가족이 지내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요즘에는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모자란다”고 털어놨다. 프랑스 파리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조모(여·31)씨는 “1유로가 1100원대에서 1300원으로 올랐을 때만해도 ‘곧 진정되겠거니’ 했는데, 어느새 1500원에 이르고 보니 그저 숨이 막힐 뿐”이라고 말했다. 독일함부르크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태호(31)씨는 “재작년 1000유로를 받으려면 집에서 115만원을 부쳐주면 됐는데 지금은 150만원 가량 부쳐야 한다”며 “한번 써보지도 못한 돈이 매달 35만원씩 허공에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 상황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당시를 방불케 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 유학생들을 배고프게 만드는 요인은 이뿐이 아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 정부가 교육부문 예산을 축소하면서 대학들이 잇달아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장학금을 받는 길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김씨는 “요즘에는 중국 학생들이 유럽으로 많이 오는데 대학들이 그들을 우대해주는 형편이라 장학금은 엄두 내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 있는 한국 유학생(대학·대학원생)은 2만3700여명. 이미 유로화 도입 당시 한차례 물가인상이 유럽 전역을 휩쓴 판에 유로화 강세라는 한파까지 겹치자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해버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월급을 달러기준으로 받는 관공서 직원들과 회사 주재원들도 몇 달 새에 급등한 유로화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27일 현재 유로화 환율은 1유로 1466.60원. 2년전 1130원, 1년전 1230원이던 것이 지난 몇 달동안 급격하게 뛰어올랐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