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3세 딸들이 비즈니스 현장으로 속속 뛰어들고 있다. 경영은 남자 형제나 남편에게 맡기고, 미술관장 정도에 만족하던 이전 세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들 중 일부는 밑바닥부터 출발해 일을 배우기도 한다. 해외유학 경험을 실무에 응용하는 것도 대체적인 공통점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녀 부진(34)씨는 2001년 호텔신라 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해 이달 중순 상무보로 승진했다. 지난해 업계가 고전하던 상황에서도, 신라호텔의 개선작업을 강도 높게 진두지휘하면서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삼성 계열사들도 가능하면 각종 행사를 신라호텔에서 열고 있다. 이회장의 둘째딸인 서현(30)씨는 미국 뉴욕의 패션전문학교 파슨즈 출신으로, 현재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을 맡고 있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이자, 롯데쇼핑 신영자 부사장의 딸인 장선윤(34)씨와 장정안(32)씨는 나란히 롯데백화점에 근무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선윤씨는 해외명품팀장(차장급)으로 백화점 내 명품 브랜드 유치를 전담하고 있다.
동생인 정안씨는 롯데백화점 잠실점 잡화팀장에서 본사 영캐주얼 바이어로 옮겨와 활동하고 있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딸인 정유경(32)씨는 계열사인 조선호텔 상무로 재직 중이다. 정씨는 대학 전공을 살려 객실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등에 주력하면서 호텔 스타일리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대한한공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31)씨는 대한항공 기판사업부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큰딸인 정지이(26)씨는 최근 현대상선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재벌 3세는 아니지만 남충우 타워호텔 회장의 큰딸인 남수정(35) 썬앳푸드 사장은 외식업계에서 꿈을 펼치고 있다.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토니로마스·스파게띠아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 왔다.
하지만 재벌가 딸들의 경영참여에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기존의 경영진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실무경험은 적은데 오너라는 이유로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밀어붙인다는 불만이 기업 내부에서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