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이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등 한파가 계속되면서 노숙자들은 얼어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서울 영등포역의 경우, 역에서 최고의 침실은 바닥에 온기가 있고 조명등이 따뜻하게 비추는 역내 화장실. 이곳은 역에 있는 노숙자들 중에서 소위 가장 힘센 ‘고참’ 20여 명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대합실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통로는 그 다음 ‘센’ 노숙자 30~40명이 애용하는 공간이었다.
좋은 자리를 얻지 못했거나 지하도에서 도저히 추위를 견딜 수 없었던 노숙자들은 역 인근 쉼터 등을 찾아간다.
실제로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갔던 25일 새벽 5시쯤, 서울 영등포역 대합실에서 노숙자 이모(55)씨가 웅크리고 앉아 숨져 있는 채로 발견됐다. 바로 전날에는 서울 을지로 L백화점 정문 앞 지하도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30대 노숙자가 추위를 견디려고 술을 마시고 잠을 자다 숨졌다.
그러나 서울시청에 따르면, 시내 곳곳에는 모두 3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노숙자 시설이 74개가 있지만 노숙자들은 신원확인과 신체검사, 교육 등을 받아야 하고 또 취침시간 통제가 있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설을 사용하기 꺼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