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강세가 새해 들어서도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자 유로 경제권에서는 수출업체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유럽 기업들이 공장을 유로권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까지 검토할 정도이다.
2002년 2월 이후 무려 50%나 평가절상된 유로화는 유럽지역 수출 제조업체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자동차, 기계, 전자업체 등 독일의 수출 기업들이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유로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상당수 독일 기업들이 생산 라인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산업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실질임금도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를 자회사로 둔 프랑스 파리의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필립 카뮈 최고경영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로화 가치 상승으로 경쟁력이 하락할 경우 공장을 유럽 이외의 지역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방부 발주 계약을 따기 위해 아예 미국에 비행기 생산 공장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름, 디지털 영상 기기 등을 제조하는 벨기에의 아그파 게바에르트 그룹도 유로화 상승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아그파 그룹은 달러화 가치가 10% 하락할 때마다 세전 수익이 2,500만 달러 감소하지만 숙련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쉽게 공장을 옮길 수도 없는 처지이다.
달러화 하락과 유로화 급등은 미국의 엄청난 경상 적자와 재정 적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 아시아 각국이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점도 유로화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