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은행 중의 하나인 영국의 영란은행(사진·Bank of England)이 법정에 서게 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300년 역사 중 처음으로 영란은행을 법정에 세운 장본인은 파산한 은행 BCCI의 청산인 역할을 맡은 컨설팅사 딜로이트 투시(Deloitte and Touche). BCCI는 1970년대에 파키스탄계 유력 인사들이 설립한 은행으로 1991년 10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와 함께 파산했다.
‘은행 역사상 최대의 사기’로 불릴 정도의 큰 사건이었으며, 당시 영란은행이 감독당국이었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은 거액의 손실을 입은 6000여명에 달하는 영국계 예금자들을 대신해 딜로이트가 10여년 만에 제기한 것이다.
소송의 주된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BCCI가 형식적으로 룩셈부르크에 본점을 두고 있었지만 주된 영업활동 지역은 런던이었으므로 영란은행의 감독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BCCI가 당시 고객이던 스위스계 해상운송회사 걸프그룹이 파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백만달러를 비밀리에 대출해줬다는 주장이다. 걸프그룹은 회계 부정과 돈세탁 등의 혐의로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7명의 임원이 실형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BCCI의 아가 하산 아베디 행장은 법적 처리를 받지 않았는데, BCCI가 영국 정부 안보팀의 송금거래를 대행하는 등 정부와의 유착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그러나 영란은행의 명백한 잘못을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영란은행은 무관심 또는 부주의로 인한 과실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딜로이트는 영란은행이 BCCI의 불법행위를 알면서도 눈감아줬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고 <AFP>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