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학년도 대입 수능시험 가채점 결과 재수생들의 강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자 유명 사설 입시학원에는 재수 방법 및 등록을 문의하는 재학생들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학원은 예년보다 일찍 재수생을 모집할 준비를 서두르는 등 전례가 드문 호황전망에 크게 반색하고 있어 예상 밖으로 저조한 성적에 가슴 졸이는 재학생 및 학부모들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재수 문의 러시=서울 강남 대성학원에는 휴일인 10일 하루에만 재수 및 등록 방법을 묻는 전화가 수능시험 이전에 비해 3배나 많은 3백여통이 걸려왔다. 문의 전화를 건 대부분이 330∼360점대 중상위권 수험생 및 학부모들이었다. 이 학원 상담실 관계자는 “한 학부모가 울면서 ‘내 아들이 360점을 받았는데 원하는 대학 의과대에 진학시킬 수 없어 재수를 시키려 한다. 좋은 결과가 나오겠느냐. 5점만 더 받았어도…”라고 전화를 걸어왔다고 전했다. 이 학원 김명준 상담실장은 “문의전화의 대부분은 재학생 및 학부모들로, 올해는 재수생이 강세라는 학원 분석결과가 나오면서 고득점 기대 때문에 재수를 하려는 학생이 그 어느 해보다 많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같은 재수 문의전화는 서울 종로학원이나 정일학원 등 다른 유명 입시학원에도 폭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입시학원들은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재수 지원자가 몰려들 것에 대비, 등록일 앞당기기와 수강생 증원 등을 다각도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수를 결심하는 재학생이 증가하자 일선 고교는 전례 없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서울 ㅊ고 3학년 교실 칠판에는 이날 ‘대성학원 갈 사람, 종로학원 갈 사람 다 모여라. 미리 반을 짜자’라는 글귀가 씌어 있었다. 이 학교 김모 교사는 “학생들이 수능시험 점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수능이 어렵게 출제된 점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더기 결석 등으로 기말고사나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반응에 대해 서울대 교육학과의 한 교수는 “교육당국이 수능시험에 대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재수생이 매년 유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면서 “무작정 재수를 하려들지 말고 모집요강을 꼼꼼히 비교·분석해 지원하면 오히려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