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국세청 등에 컴퓨터 납품비리 … 관련기업들은 담합입찰에 돈받고 들러리
한국은 뇌물과 로비 없이는 기업을 할 수 없는 나라인가.
세계 최대 컴퓨터 업체 IBM의 국내 법인인 한국IBM과, 합작 법인인 LG IBM PC㈜ 영업 담당 간부들이 금품 로비와 담합 입찰 등의 수법으로 정보통신부·국세청·군·대검찰청·KBS 등 9개 관공서와 업체에 660억원 규모의 컴퓨터를 납품해 온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또 LG전자, SK C&C 등 대기업 계열사와 코스닥 등록기업 등 12개 컴퓨터 관련 기업이 한국IBM 간부들이 주도한 담합 입찰에 돈을 받고 들러리를 서 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이 실제로 로비와 담합 입찰 대가로 쓴 돈은 19억원 정도로 납품 규모의 2.9%가량이었지만, IBM이 세계 각국에서 ‘윤리경영’을 앞세우며 영업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임에도 유독 한국 IBM에서는 일부 간부들이 관계·업계의 고질적인 로비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검찰 관계자는 지적했다.
서울지검 특수1부는 4일 이 같은 납품비리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등)로 전 한국IBM 공공기관 사업본부장 장 모(48)씨와 국세청 전산기획계장 한 모(49·5급)씨 등 1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LG IBM PC㈜ 전 상무보 권 모(46)씨 등 21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했다. 16차례 담합 입찰을 주도한 한국 IBM㈜, LG IBM PC㈜, ㈜윈솔 등 3개 업체와 총 15억여원을 받고 입찰에 응한 LG전자, SK C&C 등 대기업, 코스닥 등록기업인 사이어스, 위즈정보기술 등 12개 기업은 입찰방해죄 등으로 각각 700만~3억원에 약식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의 혐의를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했으며 이들은 최고 2년까지 입찰자격 제한을 받게 된다.
검찰에 따르면 정보통신부, 국세청, 대검, 육·해군, 한국전력, KT, KBS, 새마을금고연합회 9개 관공서와 기업의 전산 담당 실무자 14명은 한국IBM 등 3개업체로부터 2억9천만원 상당을 받고 담합 묵인 및 입찰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과 정보통신부는 5급과 6급 직원 8명, 해군과 육군은 전산 업무를 담당하다 전역한 대령과 중령, KBS는 차장급이 액면가 500만원의 비상장 주식이나 현금 8천만원 등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검 정보통신과 서기관 1명과 사무관 1명은 휴가비 등으로 650만원을 받고, 50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대검에 징계 통보됐다.
한국IBM측은 “적발 사항은 회사측과는 무관한 개인 비리일 뿐이며, 최근 관련자 3명에게 해고 등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