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주민등록증’이라는 이름의 신분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일조차 드물지만, 신분증 도입을 둘러싼 정부와 국민 간의 갈등이 영국에서만 유별난 것은 아니다.
이웃 일본은 지난해 중반까지 신분증은커녕 개인에게 부여되는 고유번호조차 없었다. 1999년 8월 야당과 시민단체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민기본대장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8월부터 번호만 대면 이름·주소·생년월일 등 신원이 확인되는 11자리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도 실시를 앞두고 제도 실시를 거부하는 등 반발이 거셌다.
중국은 여론의 반발을 우려해 신분증 발급을 은밀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전자주민카드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2006년까지 8억장의 카드를 발급할 계획이라며 공안부(경찰청)의 인권침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신분증이 없거나 허술한 ‘종이’ 신분증을 사용했던 나라들도 하나둘씩 전자신분증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올해 실험적으로 전자신분증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며, 사생활 침해에 민감한 프랑스 정부도 “오는 2006년부터 전자신분증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워낙 강력한 반대여론으로 신분증 도입은 엄두를 못 내는 미국은 여권이나 비자에 생체인식 칩을 내장하는 방식을 추진하는 등 에둘러서 첨단 신분증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