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희대의 아동 살해사건 재판으로 불리는 십대 소녀 홀리 웰스와 제시카 채프만의 죽음을 둘러싼 오랜 법정 시비가 마침내 종료됐다.
영국 법원은 17일 제시카와 홀리를 살해한 혐의자 이언 헌틀리(29)에게 종신형을, 학교 보조 교사로 일하면서 헌틀리와 동거 중이었던 맥신 카(26)에게는 헌틀리의 범죄를 은폐하려고 알리바이를 조작한 것을 인정해 3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구형이 내려지는 순간 아이들의 부모는 서로 부둥켜안으며 울음을 터트렸고, 소햄 주민들은 “정의가 마침내 실현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로써 11월3일부터 시작된 헌틀리의 재판이 한달 보름만에 결론지어졌다.
재판 과정에서 헌틀리는 끝까지 자신의 살인의도를 부인했다. 헌틀리는 자신의 집에 놀러온 홀리 웰스가 욕조 안에서 놀다 코피를 흘려 이를 막아주려고 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익사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함께 있었던 제시카 채프먼은 울부짖는 것을 중단시키려고 입을 막다 질식해 숨지게 했다는 것이 헌틀리의 주장이다.
하지만 검사측은 이와는 전혀 다른 스토리를 전개했다. 아동 성추행 경력이 있는 헌틀리가 학교에서 얼굴을 익힌 두 소녀를 집으로 유인한 뒤 성폭행을 하려다 여의치 않자 이들을 잔혹하게 살인하고 사체를 유기했다는 것이다.
언론들은 매일같이 법정 기록을 생생히 전달하는 가운데 법원 주변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단을 포함, 소녀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수많은 영국 시민들의 조화들이 가득했다. 애초 아이들의 죽음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던 헌틀리도 결국 움직일 수 없는 증거에 아이들의 죽음이 자신의 집에서 일어났음을 시인하고 사체를 차량 트렁크에 싣고 나가 배수로에 버리고 옷을 찢은 뒤 불을 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