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사진)은 19일 지난해 대선자금 규모와 관련해 “신고한 금액이 260억~280억원인가 되는데 통틀어 350억~400억원이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이날 강원 춘천에서 열린 강원도민과의 오찬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고 “합법이냐 불법이냐 꼬리가 붙여 있어서 그렇지 총액을 가지고 350억, 400억은 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의 발언은 선관위에 신고한 대선자금 280억원 이외에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최소 70억원에서 140억원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노대통령은 문제의 발언에 이어서, “주유소 2곳이 있는데 한쪽은 몇만원짜리 판촉물을 펑펑 뿌리는데 성냥이라도 내놓아야 주유소가 망하지 않는다”며 “10분의 1이라도, 염치없이 변명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보와 주변인사들이 허물을 남긴 것은 송구스럽다”며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뛰어줬고,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헌신적으로 뛰어줬기 때문에 훨씬 적은 비용으로 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 검찰 반응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자신의 진영이 지난 대선때 사용한 대선자금 규모가 400억원 미만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원칙 수사론’을 강조했다.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20일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부담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발언에 개의치 않고 수사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안검사장은 또 “검찰은 원칙대로 수사하고 결과가 나오면 역시 원칙대로 공개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잇따라 터져나오는 발언에 관계없이 수사에만 몰두할 뜻임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송광수 검찰총장은 이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일절 응답하지 않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반응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은 발언의 사실 여부와 맥락을 파악하느라 발칵 뒤집혔다.
대선때 직접 재정을 담당했던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은, 노대통령의 첫 발언을 전해 들은 뒤 “최소한 70억원에서 최대한 140억원까지 불법적이거나 탈법적인 자금을 썼다는 얘기인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아무리 닥닥 긁어모아도 액수가 그렇게까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들도 선관위에 신고한 내용이 ‘진실’이라고 말하지는 않고 있다. 불법 대선자금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첫 발언에서 추산되는 불법 대선자금 ‘70억~140억원’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에 비해 너무 큰 액수라는 것이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반응
“스스로 불법 사실을 고백한 것으로 당선무효 사유에 해당된다”며 검찰과 선관위에 조사 착수와 함께 `대통령직을 물러나라’고 공세를 강화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노대통령의 `‘폭탄고백’이 사실이라면 당선무효 사유이며 이미 정상적으로 대통령직 수행이 불가능한 위중한 상황에 처해있다”며”검찰과 선관위는 즉각 수사와 조사에 착수하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영환 상임중앙위원은 “대통령이 스스로 불법대선자금의 사용을 시인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열린우리당과 대통령 측근이 대선자금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선자금 수사가 미진할 경우 독자적 특검법 발의를 적극 검토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