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토 커뮤니티 구인 전화번호 지난신문보기
전체기사
핫이슈
영국
한인
칼럼
연재
기고
스포츠
연예
한국
국제
날씨
달력/행사
포토뉴스
동영상 뉴스
칼럼니스트
지난신문보기
  뉴스전체기사 글짜크기  | 
주검이 되어 한국에 남으리!
코리안위클리  2003/11/27, 03:25:58   
고용허가제 실시 앞두고 쫓겨나는 이주노동자들… 장기 체류자에게 기회 주는 합법화 대책 필요

이주노동자까지 ‘열사’가 되는 세상이다. ‘불법체류자 해소작전’을 앞두고 두명의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겨울의 초입을 알리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11월12일, 방글라데시 노동자 네팔 비꾸(34)가 자신이 다니던 경기도 김포의 한 공장에서 목을 맸다. 유서 한장 남기지 않은 외로운 죽음이었다.
“저희가 아침에 일어나서 공장문을 열어요. 보통 냉장고 위에 열쇠를 올려두는데, 오늘은 열쇠가 없는 거예요. 도둑이 든 줄 알고 부리나케 공장으로 가서 문을 열었더니 비꾸가 매달려 있었어요.” 주검을 처음 발견한 공장동료 아슈(30)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불법체류자 소탕작전이 낳은 희생자들

소식을 듣고 병원에 달려온 방글라데시 노동자 가운데는 비꾸의 동생(28)도 있었다. 석달 전 한국에 들어왔다는 동생은 병원 구석에 서서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1996년 한국에 들어온 비꾸는 동생의 입국을 위해 올해 1천만원을 친구들에게 빚졌다. 1천만원은 송출업체에 내는 돈이다. 입국한 동생과 함께 빚을 갚아나갔지만 아직 400여만원의 빚이 남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전날 사장이 “11월16일 이후에는 책임질 수 없다”고 ‘선언’하자, 고민이 깊어진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라고 친구들은 설명했다. 비꾸가 남긴 예금통장에는 4만원이 전부였다.
이에 앞선 11일 저녁에는 스리랑카인 치란 다라카(31)가 지하철 선로 위로 뛰어들어 전동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 1996년 입국해 경기 광주시에서 천막을 만드는 재봉일을 해온 다라카는 월급 100만원 가운데 다달이 80만원씩을 떼어 심한 당뇨병을 앓고 있는 고국의 어머니에게 보냈다고 한다. 다라카의 동료들은 “‘어머니의 치료비를 대야 하는데 어쩌면 좋으냐’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고,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많았다”며 마음 아파했다.
내년 8월부터 실시되는 고용허가제는 체류기간이 5년이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취업을 보장하고, 체류기간이 4년이 넘은 불법체류자에게는 강제추방을 명하고 있다. 우선 불법체류자를 대대적으로 ‘정비’한 뒤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겠다는 의지다.
2003년 3월31일을 기준으로 국내 체류기간이 4년 이상인 이주노동자가 강제출국 대상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대로는 갈 수 없다”며 잠적하거나 대규모 농성에 나서고 있다. 한국 생활 6년째인 치투(27·가명)는 친구 한명과 함께 경기도 성남에서 한달 정도 숨어지낼 계획이다. 보증금은 같이 부담했고, 공장 사장이 일부를 보탰다. “부모님이 너무 늙어서 돈을 못 벌어요. 동생들은 네명인데 모두 학교에 다녀요. 내가 돈을 안 벌면 다 굶어야 돼요.” 리투는 “들어올 때 쓴 돈(송출비)을 올해 초에야 간신히 갚아, 이제야 돈을 좀 모을 수 있게 됐다”며 “1년이나 2년만 더 벌어 작은 가게라도 차릴 수 있게 되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가라고만 하지 말고 기회를 달라”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아예 공개 농성을 벌이는 이들도 있다. 초겨울의 매운 바람이 몰아치던 11월16일에는 4년 이상 이주노동자 150여명이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와 서울 정동 성공회대성당에서 ‘전면 합법화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도 이주노동자 50여명이 공개 농성 중이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농성 중인 로샨(29·가명)씨는 “우리는 IMF 때 월급도 안 받고 일했고, 월드컵 때도 한국을 응원한 사람들인데 왜 자꾸 우리를 쫓아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나가라고만 하지 말고 우리에게도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호하던 정부의 입장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애초 법부무는 11월17일부터 노동부와 중소기업청, 경찰, 해양경찰청 등 5개 부처가 참여해 합동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50개 합동단속반을 편성해 11월28일까지 열흘 동안 24시간 일제단속을 벌이는 등 내년 6월까지 매달 10일간 합동단속반을 운영하는 한편, 나머지 기간에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중심으로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속을 이틀 앞두고 노동부와 중소기업청이 단속 주체에서 빠졌다. 또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업주들의 원성이 높아지면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불법체류자 단속은 유예하겠다” “공장에 들어가지는 않겠다”는 방침도 함께 발표했다. 공장에서 일할 때는 단속하지 않고 길에 돌아다니면 단속하겠다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정부가 단속해야 하는 이주노동자가 4년 이상 체류자 8만6천여명과 합법화 대상이면서도 합법화 신청을 하지 않은 3만8천여명 등 모두 12만명에 이르는 점과 여론악화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들을 모두 ‘잡아들인다’고 해도 출국 전까지 수용할 공간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단속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해법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가려고 하는 사람들은 순차적으로 출국시키고, 한국에서 일할 의지가 있는 이들은 합법적인 틀을 만들어 포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란주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사무국장은 “정작 고용허가제를 얻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던 4년 이상 체류 이주노동자들이 모두 강제출국 대상이 되면서 이들의 피해의식도 커지는 상황”이라며 “강제추방을 철회하고 합법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정책적 결단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이주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폭행과 임금체불, 산재보다 더 무서운 것은 ‘강제출국’이다. 한국의 하부경제를 떠받쳐왔고, 가족들의 희망과 삶을 온몸으로 껴안으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제는 한국 정부가 답을 줘야 한다.
한겨레21
 플러스 광고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올 수능, 상위권 줄고 중위권 두터워져 2003.12.04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4년제 대학 지원 가능층인 상위 50% 수험생의 평균점수가 원점수를 기준으로 인문계는 7.6점, 자연계는 1.3점 상승, 인문-..
정부, 중동근로자 대피-철수 방안 검토 2003.12.04
“이라크 파병원칙 변함없다” 정부는 중동지역의 테러 상황이 악화될 경우 중동 11개국에 근무하는 건설근로자 3400여명을 대피 또는 철수시키는 방안을 검토..
필리핀 식당업 교민 살인청부업자 총맞고 사망 2003.12.04
올 하반기들어 두번째 사건… 불안한 치안 상황에 교민들 자발적으로 현상금 모금 운동 벌여 지난달 29일 필리핀 중부 휴양지 세부에서 한국 교민 2명이 살인..
전자주민증 도입 박차 2003.12.04
영국 정부가 생체 정보를 포함한 전자주민증 제도 시행 관련법을 내년초 제정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영국 정부는 16세 이상의 영국 시민 5000만명을 대상으로 생..
1일부터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 단속 개시 2003.12.04
잉글랜드 웨일스 2개월간 경과조치 영국 경찰은 1일 운전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 최소 £30 의 벌금을 물리는 교통법규 시행에 들어갔다. 새 법..
핫이슈 !!!
영국 재향군인회 송년 행사 개최    2021.11.23   
세계한식페스티벌 성황리 개최    2024.08.08   
비대위, 임시총회 8월 10일 개최    2024.07.25   
파운드화 10년래 최고    2024.07.25   
31일 서머타임 시작    2024.03.21   
헤이피버의 계절이 돌아왔다
영국, 약국서 ‘긴급 피임약’..
런던, 스마트폰 날치기 급증
21대 대선 유권자 등록 접수..
영국, 이민법 강화 이민자 축소
영국, 재외선거에 6177명 등..
‘킹스톤 2025’ 축제 열린다
재영한인 체육대회 개최
옥스퍼드 영어사전 속의 K푸드..
영국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뉴욕..
포토뉴스
 프리미엄 광고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생활광고신청  |  정기구독신청  |  서비스/제휴문의  |  업체등록  |  이용약관  |  개인정보 보호정책
영국 대표 한인신문 코리안 위클리(The Korean Weekly)    Copyright (c) KMC Ltd. all rights reserved
Email : koweekly@koweekly.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