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상당히 감정적이며 즉각적이고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이 점이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기 어렵게 한다. 그러나 감정은 금세 가라앉고 결국엔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영국 <FT>는 17일자에서 5개 면에 걸쳐 한국 특집기사를 실으면서 그 가운데 닉 레일리(Reilly) GM대우자동차 사장의 인터뷰 기사에서 그의 말을 통해 한국인의 장·단점을 이렇게 전했다.
이 신문은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를 인수한 이후 당초 우려와는 달리 파업이 단 한 건도 없었다면서 레일리 사장은 최근 노조원들과 어울려 축구 시합을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FT>는 이날 특집에서 “월드컵 당시의 대규모 거리축제가 노동자들의 집회와 항의시위로 바뀌었다”면서 한국의 정치·경제·안보 상황을 심층 분석했다.
신문은 IMF위기를 극복한 한국이 현재의 정치 불안과 경기 침체를 딛고 재도약할 것인가 아니면 주저앉을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면서 “한국이라는 드라마가 중요한 순간에 도달해 흥분이 고조되고 있지만 아직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분명치 않다”고 한 서방 외교관의 말을 전했다.
<FT>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부정부패와 부실경영, 강성 노조를 꼽았다. 여기에 최근 급증한 가계 부채와 북핵 위기가 더해지면서 경기가 위축되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감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한국 정치에 대해 “바나나 공화국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신문은 만연한 부패와 불안정한 정당, 그리고 끝없는 반목이 한국 정치의 특징이며, 지난 1년간은 유례없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돼왔다고 분석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초기 중립적 관찰자들로부터 한국 사회를 더 개방적이고 선진화된 사회로 이끌 것으로 기대됐으나 취임 후 9개월 동안 이런 낙관론과 희망은 대부분 사라졌다고 <FT>는 평가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역경을 뒤집은 노대통령의 과거를 소개하면서 “노대통령은 지금까지 그를 실패했다고 제쳐놓는(write off)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입증해왔다”고 전했다.
<FT>는 “한국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보다도 한국인의 근면성과 낙천성 그리고 이미 입증된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이라고 도널드 존스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해 평가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