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출산, 이민 열풍에 이어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늘면서 귀국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어학원, 일명 ‘리터니(Returnee·귀국자) 스쿨’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서울 강남과 목동 일산 분당 등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이들 학원은 최근 겉잡을 수 없이 높아만 가는 이민과 영어 교육열을 등에 업고 맹렬하게 세를 확장하고 있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귀국자녀 전문 어학원 J클리닉. 모든 학생들이 영어로 듣기와 말하기가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미국 공립학교 수준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현재 수강생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생까지 400명 선. 이 학원은 한국 내 외국인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시작했다가 유학 및 이민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점에 착안, 귀국 자녀 전문 어학원으로 탈바꿈했다.
2년 동안 미국에서 살다 귀국한 주부 윤 모 씨(38)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들의 영어 실력을 유지시켜 주기 위해 동네 영어 학원을 찾았지만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아 고민하다가 이 학원을 소개받았다. 영어 실력이 비슷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자연스레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훨씬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비슷한 성격의 P스쿨도 서울 강남과 목동 등을 비롯 수도권에 9개의 분점을 낼 정도로 호황이다. 강남의 S학원은 영어 골프 레슨 등을 실시, 특히 ‘귀족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강남 일대의 유명 어학원들도 ‘귀국자녀반’‘거주자반’‘해외거주 경험반’ 등 귀국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클래스를 별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 학원에서는 미국 캐나다 등 영어권에서 교사를 한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이 현지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를 이용해 영어로만 수업하는 것이 특징. 반 정원은 10명 내외, 수업료는 월 20만∼80만원 선까지 천차만별이지만 국내의 일반 영어 학원에 비해서는 다소 비싼 편이다.
기본적으로 해외 거주 경험이 없으면 이들 어학원의 수준을 따라가기 어렵다. 그러나 현지 생활 경험이 있는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국내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이들 학원의 인기는 높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해외 연수를 준비 중인 주부 이 모 씨(34)는 “이민 경험이 있는 아이들과 어울리며 외국 문화를 익히면 장차 현지 적응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학원은 누구나 원한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P학원은 국내파 학생의 입학이 불가능하며 S학원은 국내파 학생들이 귀국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기 위해 2번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1차 테스트를 통과하면 ‘국내반’으로 편성되며, 2차 테스트를 거쳐야 본격적으로 귀국 학생반에 들어갈 수 있다. J클리닉 필립 한 원장은 “국내 영어 열기가 높은 탓인지 최근에는 해외 거주 경험 없이도 탄탄한 기초 실력을 갖춘 한국 어린이들이 귀국 자녀반에 편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