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3일 ‘국민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 를 전격 제안함으로써 대선국면이 또다시 소용돌이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1강 2중’ 체제의 재편을 겨냥하는 후보단일화는 대선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최대 변수다.
◇배경= 대선 D-45, 후보등록일(11월27일)을 23일 앞둔 시점에서 노후보가 꺼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다. 거세지는 단일화론의 주도권을 쥐는 동시에 가속화되는 민주당 집단탈당 사태를 저지하려는 다목적용이다.
노후보측 선대위는 2, 3일 연속 본부장단 회의를 갖고 후보단일화 요구를 수용키로 전격 결정했다. 회의에서는 8대 2 꼴로 단일화를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결정적인 요인은 민주당내 반노·비노그룹의 탈당사태다. 또 ‘1강 2중’ 구도가 장기화되면서 당내 중도·친노성향 중진들까지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 것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전망=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대선국면에 미칠 폭발력은 엄청나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35% 안팎에서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반창·비창 성향의 유권자들이 결심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합집산 분위기를 타고 있는 정치권의 탈당 및 당적 이동사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단일화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단일화의 대상인 정몽준 의원측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데다 논의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후보 선출방법을 놓고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노·정 양 후보로 나누어져 있는 지지자들에게는 ‘단일화를 외면한 쪽은 정의원’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갈등=한편 4일 저녁 긴급소집된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후보단일화 추진을 공식의결했으나 일부 최고위원들 사이에 그 시기와 방식을 놓고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등 민주당 내부 기류도 복잡하게 꼬여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후보의 이해찬 기획본부장은 이날 “5일까지 정의원이 국민경선을 수용해야 주말까지 구체적인 경선방법을 확정해, 오는 10∼20일 사이에 경선을 실시할 수 있다”며 정의원 쪽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20일로 경선 완료 시한을 설정한 의미에 대해 “대선후보 등록일(26일) 1주일 전에는 후보가 확정돼야 전국 1천여만 가구에 우송되는 법정 홍보물과 선거 벽보 등의 제작이 가능하다”고 물리적 촉박성을 강조했다.
반면에 정의원 쪽은 ‘민주당식 국민경선’을 두 당의 통합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이해하면서 불가 방침을 분명히했다. 대신 정의원 쪽은 후보간 담판, 여론조사 등의 방식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에는 반대로 노후보 쪽이 매우 부정적이다. 노후보 쪽 관계자는 “양자간 지지율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양보할 리가 없는데 담판으로 단일화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이처럼 다른 목소리들이 또다시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의원들의 탈당 사태 등과 맞물려 후보단일화 문제가 앞으로 새로운 당내 분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