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 기(WMD)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전쟁을 강행했다는 전직 각료들의 주장이 잇따라 터져나와 블레어 총리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블레어 총리 정부에서 문화장관을 지냈던 크리스 스미스는 5일 블레어는 냉전이 후 패권을 잡은 미국과 가까운 관계로 남기 위해 이유를 불문하고 이라크와 전쟁을 결행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노동당내 대표적 반전론자 가운데 한 사람인 스미스 전 장관은 이날 와 가진 회견에서 “블레어 총리는 미국의 곁에 남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내던졌다고 믿는다”면서 “이런 믿음은 로빈 쿡 전 외무장관의 일기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말 했다.
쿡 전 외무장관은 이날 <선데이타임스>에 일부가 공개된 일기를 통해 블레어 총리가 전쟁 이전에 이미 이라크가 `‘사용 가능한’WMD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전쟁직전까지 1년간을 기록한 일기에 따르면 그는 이라크 침공 2주일전인 3월5일 블레어 총리를 개인적으로 만나 “이라크는 대도시를 타격할 수 있는 전략 WMD가 없으며 국지전용 화학탄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영국군에 대한 화학탄 사용을 걱정하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블레어 총리는 “걱정하고 있지만 숨겨놓았기 때문에 신속한 사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것.
쿡 전 외무는 `<출발점(Point of Departure)>이란 제목의 책으로 출간될 이 일기에서 “첫째 블레어는 유엔 사찰 결과에 관계 없이 전쟁을 한다는 마음을 굳히고 있었고, 둘째 전략 WMD가 없다는 자신의 견해를 반박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후세인의 위협이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쟁을 강행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외무장관에 이어 하원지도자를 지낸 쿡 전 장관은 또 영국 정부 최고위 정보책임자인 존 스칼렛 합동정보위원장도 이라크가 WMD를 갖고 있지 않다는 자신의 견해 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당내 반전파 인사들과 야당은 블레어가 이라크의 위협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국민과 의회를 기만했다며 사법부가 주관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노동당 반전파 의원인 앨리스 모혼은 “부당한 전쟁으로 국민을 끌고 들어간 진정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판사가 주관하는 청문회를 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의 멘지스 캠벨 대변인도 “총리가 이라크의 위협이 심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는 것은 매우 폭발력이 큰 사안”이라면서 “청문회를 열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리실 대변인은 “총리가 이라크에 WMD가 없다고 말했다는 주장은 허무 맹랑한 것”이라면서 “총리의 견해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일관된 것이었으며 쿡 전 장관의 주장은 과거에도 여러번 제기됐던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