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드대납 사무실. 카드 연체금 3백만원을 빌리기 위해 이곳을 찾은 회사원 김모씨(30)는 3개의 카드로 ‘돌려 막기’를 하다가 결국 갚을 길이 없어 이곳에 왔다. 김씨는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대부업법’에 규정된 이자율(66%)의 5배에 가까운 300% 이상의 이자로 결국 돈을 빌리고 말았다.
연 이자율을 66%(월 5.5%)로 제한하는 대부업법이 지난달 28일부터 실시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사채시장의 ‘고리대금’관행은 여전하다. 특히 최근 ‘단골 고객’이 되어버린 신용카드 연체대납의 경우 연리 300% 이상의 초고금리를 받고 있다.
사채업자들은 “돈이 필요한 사람이 널려 있는 상황에서 그런 법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했다.
하루 1%의 수수료를 내고 지난달 29일 서울 명동의 카드업자에게 1백만원을 빌린 대학생 최모씨(24)는 “돈이 급할 때 이자율은 부차적인 문제로 법대로 하자고 따질 수도 없다”고 푸념했다.
유흥주점 직원 박모씨(22)는 “연 70% 이상의 수수료를 받는 ‘일수’나 ‘월변’이라고 불리는 사채도 급전이 필요한 신용불량자들에게는 연 200%대의 고금리가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대부업법은 광고를 하거나 대부업자가 5천만원보다 많은 잔고를 가지고 있는 경우, 21명 이상과 거래할 때 이자를 연 66%로 제한하고 있다. 이자 상한선을 어기면 3년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있다. 그러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이같은 조항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하경제를 지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대부업법을 시행했지만 사실상 불법 대부업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