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정치인 2세들의 내년 총선 출마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정치권 물갈이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세습정치의 양상으로 왜곡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동시에 일고 있다.
지난 4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인 윤상현(41) 한양대 겸임교수는 당내 경선을 거쳐 한나라당 인천남구을 지구당 위원장에 올랐다. 한나라당 후보로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17대 총선을 내다보는 정치인 2세는 윤위원장을 포함해 10여명에 이른다. 대부분 30~40대 안팎인 이들은 이른바 ‘386 세대’의 정치권 진출 분위기에 편승해 내년 총선 출마를 벼르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46)씨는 부친의 고향인 경남 거제 출마의 뜻을 사실상 굳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재헌(38)씨도 대구 출마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일 의원을 포함해 전직 대통령 4명의 아들과 사위들이 모두 총선에 출마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야 중진 의원들의 2세들도 이런 분위기를 거들고 있다. 박관용 국회의장의 아들 재우(36)씨는 최근 서울 마포갑에서 출마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김상현 민주당 고문의 아들 영호(37)씨도 김 고문의 오랜 지역구였던 서울 서대문갑 출마가 유력하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아들 성동씨(49) 역시 아버지 지역구인 한나라당 서울 관악을 지구당위원장이고, 정재철 전 한나라당 의원의 아들 문헌(37)씨도 아버지 지역구인 강원 속초·고성에서 경선을 통해 5일 지구당위원장에 당선됐다.
부친의 지역구까지 그대로 대물림하는 사태가 빚어지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향해 ‘2세 정당’이 아니냐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구태정치를 벗자는 세대교체의 바람이 오히려 보스정치의 주역들이 대를 이어 지역구를 장악하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