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 북한의 80~90% 수준… 일·중엔 크게 뒤져
체질개선 시급… 독자적 전쟁수행능력 확보 시급
‘병력 규모 세계 6위, 국방비 규모 세계 10위, 군용헬기 보유 세계 8위.’
1일로 건군 55주년을 맞은 한국군이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다. 한국군은 6·25전쟁 때만 해도 미군(유엔군)의 도움 없이는 나라를 지킬 수 없었으나 이제 세계 최상위권의 군대로 성장했다.
◆ 30년간 전력증강에 60조원 투자= 지난 73년 ‘율곡사업’이라는 명칭 아래 군 전력증강사업이 시작된 이래 각종 무기도입과 개발에 투자된 돈은 줄잡아 60조원. 이를 통해 한때 우리측이 절대 열세였던 북한과의 군사력 격차는 현재 북한군의 80~90% 수준으로까지 줄어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병력과 장비 모두 수적인 면에선 대부분 한국군이 열세이지만 질적인 면에선 전차·전투기·함정 등 재래식 무기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북한을 앞지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현재 북한은 남한에 비해 병력의 경우 1.7배, 전차의 경우 1.6배, 전투기의 경우 1.5배 우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사정거리 1000㎞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생화학 무기 등 이른바 대량살상무기는 북한이 한국군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으며, 미국·일본 등의 국제적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면, 헬기의 경우 남한이 북한에 비해 2배 이상의 우위에 있고 대형 함정도 북한은 3척만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 해군은 10여척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본·중국 등 주변 강대국에 비하면 한국군의 군사력은 아직도 크게 뒤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 비해 병력은 2.9배, 전차는 2.3배 가량 많지만 일본은 우리 해군보다 5배 이상 많은 대형 함정들을 갖고 있다. 일본은 현재 한국군이 갖고 있지 않은 이지스함 4척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4대 등도 보유하고 있다.
◆ 독자적 전쟁수행능력 확보 시급= 현 정부 들어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군의 독자적 전쟁수행 능력 확보를 위해선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리의 ‘눈’과 ‘귀’에 해당하는 전략 정보의 9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고,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병력 69만명, 함정 160여척, 항공기 1600여대에 달하는 대규모 미 증원전력이 없으면 제대로 전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이른바 자주국방 기반조성을 위해선 향후 20년간 209조원의 돈이 필요하며, 현재 GDP(국내총생산)의 2.7% 수준인 국방예산을 GDP의 3.2~3.5%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인당 0.7평으로 비좁아 칼잠을 자는 열악한 내무반 등 60년대 수준의 병영시설을 조속히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국방비 대폭 증액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여건과 국민적 공감대 미형성으로 국방예산 증액에는 많은 논란과 진통이 예상된다.
남북 대치상황 때문에 많은 병력을 유지하면서 인건비 비중이 국방비의 40%를 넘고 순수 전력투자비 비율이 25%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여서, ‘군살’을 제거하고 운용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의 군 체질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의 한 전문가는 “미국 등 선진국들은 수년 전부터 ‘군사혁신(RMA)’을 통해 작지만 강한 군대를 지향하고 있다”며 “우리 군도 더 늦기 전에 하루빨리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