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가 양치기 소년으로 변신했다. 영국 찰스 왕세자의 둘째아들인 해리(19)왕자가 호주에서 ‘목동 생활’을 시작했다.
해리 왕자는 지난달 23일 호주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다. 왕자가 도착 직후 곧바로 향한 곳은 호주에서 최대 규모인 타롱가 동물원.
동물을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 동물원에서 코알라 등을 관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리 왕자는 호주의 동물원과 목장 등을 ‘전전하며’ 3개월간 동물을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할 예정이다.
찰스 왕세자의 집무실인 클레런스 하우스의 대변인 콜린 해리스는 이에 대해 “해리 왕자가 호주의 여러 동물원과 농장에서 말을 타고 소나 양을 돌보는 목동으로 일하고 급여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해리 왕자의 아르바이트 급여에 대해서는 “일주일에 1백파운드 정도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창 공부를 해야 할 나이인 해리 왕자가 이처럼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영국에선 일반화해 있는 대입 전 갭이어(Gap year)덕분. 말 그대로 대학에 입학하기 전 1년 정도를 쉬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다.
해리 왕자의 형이자 영국 왕위 계승 2순위인 윌리엄(21)왕자도 3년 전 아프리카에서 생활 체험을 했었다. 고교 시절 학업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해 ‘형 만한 아우 없다’는 속담을 몸소 증명해 오던 해리 왕자는 현재 영국 육군사관학교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이다.
한편 해리 왕자의 입국으로 호주는 다시 한번 군주제 존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1999년 국민투표를 통해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을 국가의 수장으로 인정했지만 독립을 외치는 공화주의자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해리 왕자의 입국과 관련, “60만 호주달러(약 4억6천만원)에 이르는 그의 경호비용을 정부 예산으로 지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