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민주당 탈당’ 선언 [영국대표 한인신문]

“경제·민생 부문에 전념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이지난달 29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노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당적 문제가 더이상 정치 쟁점화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민주당 당적을 포기할 뜻을 밝혔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대통령이 취임 7개월 만에 민주당을 탈당함에 따라, 무당적 대통령이 여러 정당을 상대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정치지형이 짜여지게 됐다.
윤대변인은 “노대통령은 앞으로 주요 국정과제 및 경제·민생 문제에 전념할 계획”이라며 “일단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는 무당적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대통령의 탈당이 앞당겨진 이유에 대해 “당적문제가 부자연스런 상태가 돼 있어 조기에 해소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노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성공하는 것이 민주당을 지지해 준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3당 ‘탈당 반응’

정치권은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에 대해 ‘각당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본색이 드러났다’, 민주당은 ‘배신행위’, 통합신당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쪽이다.
○민주당=하루종일 분노와 격앙 일색이었다. “은혜를 모르는 안하무인격 행태”(정균환 총무), “후안무치한 행동”(박주선 기조위원장) 등의 용어가 총동원됐고, 중간평가 등 재신임을 촉구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날 긴급소집된 최고위원·상임고문 간담회에서 이협 최고위원은 “당원과 국민의 지지 속에 당선된 대통령이 하루 아침에 탈당한다는 것은 정치도의상 기본을 망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영환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탈당은 정당정치를 보장하는 헌법정신의 위배이고, 대선 민의의 이탈”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민주당은 차제에 스스로를 ‘김대중당’, 통합신당을 ‘노무현당’으로 규정, 유일 야당이라는 점을 강조,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이다.
○한나라당=“늦게나마 당연한 선택을 했다”며 “무당적을 가장하지 말고 즉각 통합신당에 입당하라”고 입을 모았다. 박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행여나 ‘노무현당’이라는 통합신당의 본색을 감추는 것이 총선에 유리하다는 정략적 속셈에 따라 무당적을 가장하려 해선 안되며, 하루속히 당적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노대통령 탈당 이후 신4당 정국을 ‘2여 1야’ 구도로 몰고 가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통합신당=민주당이 사실상 대통령을 밀어냈다고 주장하며 노대통령의 탈당을 배신행위로 규정한 민주당에 역공을 가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민주당이 공공연히 탈당을 요구하는 수모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정 책임자로서 불가피하게 무당적을 택한 대통령의 뜻을 이해하고 국정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대통령의 신당 입당에 대해선 “총선이 끝날 때까지 정치권에서 한발 떠나 민생에 전념했으면 싶다”(김부겸 의원),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질서를 염원한다면, 지금 당장 당적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이재정 의원)는 견해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