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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의 풍요 속에서 잃어버린 ‘영혼의 안식’을 찾아서 ②
코리안위클리  2026/06/13, 03:32:02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의 정교한 감옥

새벽의 정적은 날카로운 얼음 조각처럼 폐부 깊숙이 파고든다. 영국 중부, 셰필드의 차가운 공기가 창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잠든 나의 뺨 끝을 스칠 때면 비로소 하루라는 생명의 무게를 실감하곤 한다. 그러나 이 거룩한 새벽의 첫 시간을 맞이하는 나의 몸짓은 지독하게도 세속적이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침실에서 나의 손은 마치 거대한 자석에 이끌리는 철가루처럼, 본능적으로 머리맡의 스마트폰을 더듬어 찾아낸다.
전원 버튼을 누르는 순간, 고요한 어둠을 찢고 솟구치는 그 사파이어 빛 광채. 그것은 나의 시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킴과 동시에, 나의 영혼을 유혹의 바다인 ‘유튜브’라는 미궁 속으로 순식간에 끌어당긴다. 그 눈부신 사각형 틀 안에서 펼쳐지는 끝없는 영상의 목록들을 가만히 응시해 보고 있자면, 그것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내가 어제 남겼던 은밀한 관심의 파편들, 무심코 머물렀던 시선의 흔적들이 정교하게 직조되어 내 앞에 차려진 ‘맞춤형 만찬’이다. 소름 끼치도록 정확하게, 그것들은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갈망하던 것들을 내 눈앞에 대령한다.

보이지 않는 손

나는 마치 홀린 사람처럼 그중 하나를 클릭한다. 감각적인 이미지와 소리가 나의 뇌를 자극하고, 일시적인 흥미가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하나의 영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음 영상은 기다렸다는 듯 자동으로 재생되며, 나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디지털의 연쇄 속에서 나의 주체적인 의지는 안개처럼 흩어져 버린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이미 소중한 한 시간이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속절없이 빠져나간 뒤이다.
이 허망한 기분 뒤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영혼을 살찌우는 양식은 간데없고, 오직 파편화된 이미지의 잔상만이 머릿속을 부유할 뿐이다. 이것이 바로 ‘알고리즘’의 무서운 정체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시장의 질서를 유지한다고 믿었던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를 움직였다면, 현대의 알고리즘은 그보다 훨씬 은밀하고 강력한 손길로 우리의 일상을 난도질하고 있다. 우리가 무엇에 응시하고, 어떤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심지어 누구와 마음을 나눌지까지 그 차가운 연산 장치가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가 자유롭다고 믿으며 선택의 권리를 즐기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의 정교한 꼭두각시 줄에 매달려 기계가 지시하는 대로 춤을 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장을 멈추게 하는 필터 버블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 2005년경의 풍경을 떠올려 본다. 유튜브라는 신세계가 태동하던 그때, 우리는 지식의 바다를 직접 항해하는 개척자였다. 원하는 보석을 찾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능동적인 탐험의 즐거움을 누렸다. 하지만 지금은 ‘알고리즘’이라는 영리한 집사가 우리가 원하기도 전에 입맛에 딱 맞는 정보를 쟁반에 받쳐 들고 나타난다.
이 눈부신 편리함 뒤에는 가혹한 대가가 도사리고 있다. 알고리즘은 결코 망각하지 않는다. 나의 과거를 집요하게 추적하여, 내가 멈췄던 찰나의 초 단위 기록까지 학습하고 그것을 나침반 삼아 나를 인도한다.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 선 나는, 더 이상 새로운 지평을 향해 눈을 돌리지 않는 초라한 영혼을 발견했다. 알고리즘이 미리 걸어 놓은 익숙한 것들만을 소비하는 사이, 나의 세계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딱딱하게 고착되고 있었다. 그것은 성장이 아니라 ‘정체’였다.
이 비극은 목양의 현장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성도들은 이제 자신의 신념을 강화해 줄 설교에만 귀를 열고, 각자의 ‘거품’ 속에서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믿는 아집의 성벽을 높이 쌓아 올린다. 진리의 풍성한 다양성은 소멸하고, 거대한 신앙의 균형은 무참히 깨어져 버렸다.

확증 편향의 늪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절의 흥분은 ‘객관적인 현실’을 공유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검색 엔진은 나의 이전 기록과 위치, 관심사에 따라 저마다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정보는 철저히 개인화되었고, 우리는 ‘객관성’이라는 가치를 ‘효율성’이라는 제단 위에 제물로 바쳤다.
하나의 검색어에도 우리는 전혀 다른 두 세계를 마주한다. 각자의 화면 속에서 자신이 본 것만이 진실이라 믿으며 서로를 향해 증오의 화살을 쏘아 올린다. 이것이 바로 ‘필터 버블(Filter Bubble)’의 공포이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일그러진 자아를 투영하는 거울이 되어,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일그러진 환영’만을 진실인 양 보여준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이 디지털 괴물이 우리의 ‘분노’와 ‘자극’을 먹고 자란다는 사실이다.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 깊이 있는 성찰은 묻히고, 대신 증오의 언어만이 무성해진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을 잊은 채, 알고리즘이 직조한 증오의 갑옷을 입고 가상의 전쟁터로 달려 나가고 있다.

자유라는 이름의 화려한 족쇄

디지털의 신들은 우리에게 무한한 선택권을 약속했지만,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의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 이론에 따르면,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인간은 결정 장애와 피로감을 느끼며 만족도가 낮아지고 불행해진다. 결국 지쳐버린 우리는 영혼의 주권을 기꺼이 알고리즘에게 양도하며, 추천 목록에 우리의 운명을 맡긴다. 이것은 거대한 순환의 감옥이자, 과거의 내가 오늘의 나를 구속하는 ‘자유라는 이름의 족쇄’다.
이 차가운 알고리즘의 지배는 우리의 신앙마저 집어삼키려 한다. 참된 신앙은 나의 자아를 산산조각 내는 불편한 진리 앞에 서는 일이며, 주님의 준엄한 말씀 앞에 항복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우리를 결코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그 안락함에 길들여진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삶을 책망하는 불편한 성경 구절에는 시선을 돌리고, 오직 귀를 즐겁게 하는 달콤한 속삭임만을 찾아 헤맨다. 이것은 디모데후서의 경고처럼, 진리에서 돌이켜 허탄한 이야기를 따르는 ‘가려운 귀’를 가진 현대인의 비극이다.

세대를 본받지 않는 거룩한 씨름

이제 우리는 이 거대한 디지털의 파도 앞에서 결단해야 한다. 한 달만이라도 성경을 읽을 때 스마트폰 검색창을 닫아보자. 즉각적인 답 대신 그 막막함 속에 머물며, 영혼의 가장 고귀한 기능인 ‘사유’를 회복하자. 야곱이 얍복강 나루터에서 환도뼈가 어긋나는 고통 속에서도 천사를 놓지 않았던 그 치열한 씨름을 회복해야 한다. 알고리즘이 생략해 버린 그 ‘비효율적’인 과정이야말로 경건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32)는 주님의 선포를 기억해야 한다. 진리는 때로 우리를 아프게 하고 흔들지만, 그 불편함을 정면으로 응시할 때 비로소 우리는 좁은 자아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의도적으로 나의 필터 버블을 깨뜨리고, 나를 책망하는 불편한 목소리에 귀를 여는 용기를 내야 한다.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매끄러운 추천을 거절하고, 스스로 진리의 바다를 항해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 세대는 알고리즘의 시대이자, 기계적 욕망의 시대이다. 그러나 성경은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라 명하신다. 비효율적이고 위험해 보일지라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험한 산을 넘는 것, 그것이 우리 시대에 남겨진 가장 위대한 영적 과제이다.
당신은 알고리즘이 깔아준 매끄러운 길만을 걸어가겠는가? 아니면 거칠고 험할지라도 생명이 약동하는 그 ‘다른 길’을 향해 감옥의 문을 박차고 나가겠는가?. 선택의 권한은 아직 우리에게 있다. 스마트폰의 전원을 잠시 끄고, 당신의 영혼이 들려주는 참된 갈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 셰필드의 작은 서재에서, 나는 당신이 그 좁은 문을 통과하여 생명의 길로 걸어 나오기를 눈물로 기도하며 기다린다.

박상도 목사
셰필드한인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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