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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인사(커튼콜)할 때 촬영해도 되나?
코리안위클리  2026/05/29, 20:20:22   
ⓒ Onstage
공연이 끝난다. 배우들은 마지막 장면의 감정을 간신히 붙잡은 채 무대 앞으로 걸어나온다. 객석 조명이 조금 밝아지는 순간, 극장 안에는 박수보다 먼저 수백 개의 휴대폰 화면이 떠오른다. 어떤 배우들은 그 장면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관객의 얼굴보다 카메라 렌즈가 더 많이 보인다”고. 한국 공연장에서 가장 빠르게 퍼진 문화 중 하나는 커튼콜 촬영이다. 이제는 너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공연이 끝나면 객석 여기저기서 휴대폰과 고성능 카메라가 올라오고,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촬영(?) 당한다. SNS에는 찬사와 함께 짧은 문장과 함께 사진과 영상이 실시간으로 퍼진다. 특히 뮤지컬 시장에서는 커튼콜 영상 하나가 티켓 판매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솔직히 반가운 변화다. 과거에는 홍보 사진을 찍고, 광고를 집행하고, 언론 리뷰를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관객 스스로가 홍보팀이 된다. 실제 관객이 올린 한 장의 사진과 15초짜리 영상이 때로는 수백만 원짜리 광고보다 더 강력하게 퍼진다. 공연을 본다는 경험 자체가 이제는 “관람”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록하고, 공유하고, SNS에서 다시 소비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한국 공연장에서는 커튼콜 촬영이 점점 하나의 관람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특히 팬덤 문화가 강한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좋아하는 배우의 무대를 기록하고 싶어 하는 마음, 그 순간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감정 자체를 이상하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많은 관객들은 “마지막 인사 정도는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한다. 충분히 이해되는 이야기다. 공연은 비싸고, 짧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공연계 내부에서는 이 문화에 대한 피로감과 불편함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배우들과 해외 창작진들은 커튼콜의 의미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느낀다. 원래 커튼콜은 공연이 끝난 뒤 배우와 관객이 서로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는 마지막 순간에 가까웠다. 배우는 관객의 반응을 온전히 느끼고, 관객은 그날의 감정을 마지막으로 마음속에 남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장면이 “촬영 가능한 시간”처럼 소비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웨스트엔드나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지금도 커튼콜 촬영을 제한하는 공연이 꽤 많다. 많은 한국 관객들은 이것을 단순히 저작권 문제 정도로 생각한다. 물론 그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현지 공연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조금 더 미묘한 감각이 있다. 그들은 공연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작품의 일부로 본다. 배우가 인사하는 몇 분조차 단순 서비스 시간이 아니라 무대의 연장선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 문제는 최근 영국 공연계에서도 공개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다. BBC 라디오4 인터뷰에서 배우 레슬리 맨빌(Lesley Manville)은 공연 종료 후 휴대전화를 들고 배우들의 인사를 촬영하는 관객들에 대해 “모욕적(insulting)”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현재 런던 국립극장에서 공연 중인 <위험한 관계(Les Liaisons Dangereuses)> 출연 중 나온 이야기였다. 그는 “박수를 치려면 치고, 아니라면 휴대폰을 꺼낼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단순히 한 배우 개인의 예민한 반응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공연예술이 디지털 시대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특히 틱톡(TikTok), 인스타그램(Instagram), 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가 공연 홍보의 핵심 플랫폼이 된 지금, 커튼콜 촬영은 더 이상 단순한 관객 행동이 아니다. 사실상 공연 마케팅의 일부처럼 작동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마지막 커튼콜 순간에만 제한적으로 촬영을 허용하는 방식도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완전히 막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완전히 자유롭게 두기에도 어딘가 불편한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배우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두세 시간 동안 엄청난 감정을 쏟아낸 뒤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객석에 보이는 것이 박수치는 얼굴이 아니라 카메라 화면이라면 묘한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 어떤 배우들은 “관객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 점점 사라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공연은 라이브 예술인데, 마지막 순간만큼은 서로를 직접 바라보는 시간이길 바란다는 것이다.
라이브 공연의 현장성을 지키면서도 디지털 공유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다만 문제는 ‘일관성 없는 메시지’에 있다. 어떤 공연은 커튼콜 촬영을 장려하고, 어떤 배우는 이를 무례하다고 느낀다. 관객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연마다 규칙이 다르고, 배우마다 감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촬영 자체보다 ‘관객과 공연 사이의 합의’에 가깝다. 공연 중 휴대폰 사용이 배우와 다른 관객의 집중을 방해한다는 점에서는 업계 대부분이 동의한다. 그러나 커튼콜은 이미 공연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공연 바깥의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날 관객은 단순히 공연을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참여자다. 누군가에게 커튼콜 영상은 단순한 자랑이 아니라 기억 저장 장치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극장을 직접 찾지 못하는 사람들과 감동을 나누는 방식이 된다. 물론 모든 순간이 기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맨빌의 말처럼, 공연의 감정을 몇 분쯤은 마음속에만 남겨두는 경험도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공연예술은 늘 시대와 함께 관객 문화를 바꿔왔다. 지금 극장이 마주한 과제는 스마트폰 시대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를 공연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인가를 다시 정의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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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카슬 라이브 시어터 매표소 모습 ⓒ ILOVESTAGE Image Library
뉴카슬 라이브 시어터 매표소 모습 ⓒ ILOVESTAGE Image Library
 
점점 사라지는 극장내 매표소

지역 공연장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매표소 운영을 줄이고 있고, 그 과정에서 공연장이 지역사회와 맺어온 관계 역시 사라지고 있다. 아마 독자 상당수는 “그게 왜 문제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한국에선 더 이상 공연 티켓을 극장 매표소서 구매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공연장에서 매표소는 대체로 공연 시작 직전 잠깐 운영된다. 대부분의 관객은 온라인으로 예매하고, 현장에서는 티켓을 수령하는 정도의 기능만 수행한다. 심지어 그 짧은 접촉조차 두꺼운 유리벽 너머에서 이뤄진다. 관객과 직원 사이에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매표소는 환대(hospitality)의 공간이라기보다, 효율적인 처리(processing)를 위한 공간에 가깝다.
물론 그것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 공연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특히 뮤지컬 산업은 극도로 높은 회전율과 복잡한 좌석 운영 시스템 위에서 발전해왔다. 인터파크나 멜론티켓 같은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예매 문화 역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 만큼 정교하다. 관객들 또한 현장 구매보다 모바일 티켓과 빠른 입장을 선호한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 속에서 공연장이 점점 더 “공연을 소비하는 장소”로만 기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형 공연장을 떠올려보자. 공연 시작 30분 전, 관객들은 로비로 몰려든다. 포토존 앞에 줄을 서고, MD를 구매하고, 음료를 들고 빠르게 객석으로 입장한다. 공연이 끝나면 대부분 곧바로 귀가한다. 극장에 오래 머물 이유도, 머물 수 있는 환경도 많지 않다. 반면 영국의 지역 극장(regional theatre)들은 오랫동안 조금 다른 개념으로 존재해왔다. 공연이 없는 낮 시간에도 로비와 카페가 열려 있고, 주민들이 드나들며 시간을 보낸다. 학생들이 숙제를 하거나, 노인들이 따뜻한 공간에서 쉬어가고, 지역 커뮤니티 모임이 열리기도 한다. 공연 관람 여부와 상관없이 극장이 하나의 시민 공간(civic space)처럼 기능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매표소 축소가 단순히 “온라인 예매 시대의 자연스러운 변화”로만 읽히지 않는다. 그것은 극장이 더 이상 지역사회와 접촉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받아들여진다.
한국은 애초부터 극장을 그렇게 사용해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민간 상업극장은 더 그렇다. 극장은 대부분 ‘목적형 공간’이다. 공연을 보기 위해 방문하고, 공연이 끝나면 떠나는 곳이다. 심지어 공연이 없는 시간에는 건물 전체가 닫혀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조금씩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립극장, LG아트센터, 세종문화회관 같은 기관들은 로비 프로그램이나 전시, 북 큐레이션, 낮 시간 개방 등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머무를 수 있는 문화 공간’을 지향하려는 시도다.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중요한 변화다. 왜냐하면 앞으로 극장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다른 극장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숏폼 콘텐츠와 모바일 게임까지 포함해 사람들의 시간을 차지하려는 모든 플랫폼과 경쟁해야 한다. 그런 시대에 극장이 단지 “공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운영되는 건물”로 남는다면 존재 이유는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건 매표소 자체가 아니다. 과연 극장은 공연이 있을 때만 존재하는 공간인가. 아니면 도시와 시민들에게 일상의 일부로 열려 있는 공간인가. 한국 극장들은 지금 그 질문 앞에 서서 과거 영국을 따라가려 하는 중이고, 영국은 한국의 과거를 따라가려 한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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