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건이 좋다고 해서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는 충분한 준비와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애나 결혼이 계속 늦어지는 사례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경우 단순히 운이나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77년생 한 남성은 경제적인 기반이 충분했고 결혼에 대한 의지도 매우 강했다. 조건만 놓고 보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남성에게는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 출산을 고려해 상대 여성은 최소 7살 이상 어려야 한다는 것이었고, “84년생까지만 만나겠다”고 선을 그어둔 상태였다.
이 기준 때문에 만남의 범위가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한 번의 의미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상대는 83년생 여성으로, 자녀 계획이 분명했고 난자 냉동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결혼에 대한 의지와 현실적인 준비가 모두 갖춰진 상황이었다. 여성은 남성 나이가 많다고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설득 끝에 만남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만남은 결국 이어지지 않았다. 남성은 “기준보다 한 살 많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난자 냉동이라는 현실적인 준비와 상황을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한 살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분명하다. 결혼이 어려웠던 이유는 준비 부족이 아니라,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혼은 이상적인 조건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선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도 그것을 고정된 기준으로만 적용하면 만남은 계속 어긋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결혼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조건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상황에 맞게 기준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계 속에서 판단하는 사람은 인연을 만들어가지만, 기준을 유지한 채 선택의 폭을 좁히는 사람은 기회를 반복해서 놓치게 된다.
따라서 조건이 충분함에도 만남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기준이 현실과 맞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결혼은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조건을 어떻게 활용하고 판단하느냐의 문제다.
이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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