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좋았는데 애프터가 거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이유가 ‘사람 자체’가 아닌 데서 비롯되기도 한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서 대화가 잘 통했고,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남성은 만남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해 애프터를 청했다. 하지만 여성은 “안 맞을 것 같다”고 거절했다.
이유는 의외였다. 남성 개인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살지 않는 가정환경이 본인이 살아온 환경과 다르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따로 있었다. 여성은 그 남성을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가장 잘 맞는 사람으로 느끼고 있었다.
결혼에서 조건과 환경, 배경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혼은 결국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일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가능성 때문에 이미 잘 맞는 사람을 놓치는 선택이 과연 합리적인가.
여성에게 “그럼 사람만 보고 한 번 더 만나보는 건 어떤가”라고 권했다. 여성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한 번 거절 의사를 밝힌 상황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남성에게 여성의 이런 마음을 전했더니, 본인이 연락을 해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다시 연락이 이어졌고, 두 번 세 번의 만남이 계속되면서 지금은 결혼 이야기가 오가는 단계에 이르렀다. 처음의 거절 이유였던 가정환경은 더 이상 결정적인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한 번의 만남으로 맞다, 아니다를 빠르게 판단하려 한다. 그러나 결혼은 단 한 번의 만남으로 결론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괜찮지만 애매하다거나, 나쁘지 않지만 확신이 없다는 상태라면 그것은 거절의 이유라기보다 한 번 더 확인해볼 신호에 가깝다.
실제로 이어지는 인연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한 번 더 만났다는 점이다. 두 번, 세 번의 만남을 거치며 확신이 쌓이고 관계가 이어진다. 처음부터 확신으로 시작되는 관계는 드물고, 오히려 애매함을 넘긴 관계가 더 오래 가는 경우가 많다.
결혼은 조건을 비교해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빠른 판단이 아니라 충분한 경험이다. 긴가민가한 순간, 한 번 더 만날지의 선택이 결국 인연을 가를 수도 있다.
이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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