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이지만,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온나라의 농촌이 쉬지 않고 내리는 잦은 비로 유례없는 흉작이 기정 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추석을 코 앞에 두고도, 사정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전남 나주 남평들녘도 잦은 비로 벼가 군데군데 누워있었다. 이곳에서 벼농사를 짓는 송병선(68)씨는 이날 “10여년 흉년이 없었는데, 올해는 비 때문에 병충해가 극성을 부린데다, 일조량 부족으로 이삭이 제대로 여물지 않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지역 농민들은 한결같이 올해 벼 수확량이 적어도 예년의 10~15%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유례없는 흉년이 예고되면서 소작농들의 근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 이장 정순완(56)씨는 “소작농이 마을 인구의 절반이 넘는데, 흉작이 들면 농협에서 빚을 얻어 논 1천~2천평을 짓는 소작농들의 피해가 크다”며 “대부분 60살 이상 노인들로 자식 볼 추석이 코앞인데도 좀처럼 웃음을 볼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