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ILOVESTAGE IMAGE LIBRARY |
|
전 세계적인 기대를 모았던 뮤지컬 ‘반지의 제왕’ 영국 플리머스 공연이 전석 매진에도 불구하고 전격 취소됐다. 원래 이 작품은 아시아 태평양 투어를 마친 뒤 10월 4일부터 11일까지 극장 로열 플리머스에서 8일간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제작사 케빈 월리스가 “투어 일정 차질로 단독 공연만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취소를 공식화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지역 일정 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투어 의존 구조가 가진 근본적 불안정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티켓은 일찍이 매진되었지만, 국제 투어 동선 변경으로 플리머스 이후 공연지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월리스는 성명에서 “후속 일정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플리머스 공연만 진행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불가능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기에 아시아 제작사의 파산이 결정타를 날렸다. 현지 투어를 담당하던 기회사(LORStage Asia Pacific)가 자발적 청산에 들어가면서 협력망 자체가 붕괴된 것이다.
극장 로열 플리머스에도 충격은 크다. 블랙맨 극장 제임스 매켄지 대표는 “극장 재정에 직접적 손실뿐 아니라 관객과의 신뢰에도 타격이 크다”며 “제작사와 정산을 마쳤지만 부대적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매진된 대작이 취소되면서 지역 사회의 문화적 기대감과 극장의 브랜드 가치에도 손실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대형 뮤지컬 투어가 지닌 구조적 리스크를 극명히 보여준다. 대작은 단일 공연으로는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연속적인 투어 일정 속에서만 운영된다. 따라서 어느 한 지역의 실패가 전체 계획에 도미노처럼 작용하며 프로젝트를 무너뜨린다. ‘반지의 제왕’이라는 초대형 글로벌 IP조차 이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증명한 셈이다.
관객에게는 환불과 실망만 남았고, 극장과 제작사에는 재정적·신뢰적 손실이 남았다. 화려한 브랜드와 흥행 보증 수표 같은 IP도 결국 안정적인 파트너십과 투어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긴 이번 취소는, 뮤지컬 산업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
 |
| ⓒ ILOVESTAGE IMAGE LIBRARY |
영국 지역사회의 구심점이자 정체성의 상징인 공연장, 한국에선?
영국에서는 극장이 단순히 공연을 올리는 무대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구심점이자 정체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브리스톨 올드빅이나 올덤 콜리시엄 같은 오래된 극장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을 때,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고 지역 캠페인이 일어나 극장을 지켜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극장이 사라지는 것은 곧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가 사라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심지어 2008년 개관한 레스터 커브 같은 신생 극장조차 주변 거리를 변화시키며 도시 재생의 엔진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같은 이야기를 찾기는 쉽지 않다. 왜일까.
우선, 한국은 근대 이후 극장사가 짧다. 20세기 초 원각사나 단성사 같은 극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지금 남아 있는 다수의 공연장은 1970년대 이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건설한 다목적 문화예술회관이다. 이들 건물은 주민 스스로 지켜낸 상징적 자산이라기보다는 행정 사업의 결과물이기에 애착이 약하다. 결과적으로 영국인들이 “우리 극장”이라 부르며 자부심을 느끼는 구조와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존재한다.
또한 한국에서는 극장이 공동체 기반 시설이라기보다 공연 소비 공간으로 여겨진다. 관객은 티켓을 구매해 공연을 즐기는 곳으로 극장을 인식하지만, 지역사회의 결속을 강화하는 생활 인프라로 보는 시각은 희박하다. 그렇다 보니 극장이 문을 닫아도 지역 정체성이 흔들린다기보다 “이제 공연은 어디서 보나”라는 소비자의 불편으로 논의가 제한된다.
물론 예외는 있다. 1980~90년대 대학로 소극장 운동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민주화와 문화적 저항의 거점으로 기능했다. 일부 지방의 창작극단 전용 공간은 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모이는 거점으로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는 특정 창작자 공동체 내부에서의 의미일 뿐, 지역 주민 전체의 자산으로 확장되지는 못했다.
구조적 배경도 크다. 영국은 극장을 공공 인프라로 보고 장기적으로 유지·보수 비용을 공적·민간 후원으로 충당하는 반면, 한국은 극장 건물을 ‘문화 인프라 사업’으로 건설하고 이후에는 이용률과 프로그램 성과에 치중한다. 건물 자체를 문화·경제적 엔진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단순히 행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설로 다루는 것이다. 따라서 유지보수 담론도 주민 주도 캠페인으로 발전하기보다는 정치적 예산 확보 문제로 흐른다.
극장은 돈을 잡아먹는 괴물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역 일자리, 경제 활성화, 공동체 자부심과 맞물릴 때는 강력한 설득력이 생긴다. 영국에서 반복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한국에서 극장이 왜 여전히 ‘공동체 공간’으로 인식되지 못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극장이 도시와 공동체를 바꾸는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다.
---------------------------------------------------------------------------
 |
| ⓒ ILOVESTAGE IMAGE LIBRARY |
뮤지컬‘북 오브 몰몬’ 음악감독, 한국 창작 뮤지컬 리허설 총괄
한국 창작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영문 제목 The Goddess is Watching)가 오는 11월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뮤지컬 전용 극장인The Other Palace Studio에서 첫 쇼케이스 무대를 올린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공연 제작 형식이 아니라, 영국 뮤지컬 네트워크(Musical Theatre Network, MTN)의 제임스 하들리(James Hadley)대표와 직접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현지 프로듀서·극장장·투자자들이 객석에서 함께 작품 관람 후 곧바로 패널 토론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내년 본 공연 제작을 위한 업계의 평가가 현장에서 즉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참고로 MTN은 영국 최대 뮤지컬 창작 산실인 ‘BEAM’을 주최하는 기관이고, 가장 최근 이곳을 통해 개발된 작품으로 <뮤지컬 식스(SIX)>가 있다.
이번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1년차 런던 개발엔 웨스트엔드 초대형 흥행작 <북 오브 몰몬(The Book of Mormon)>의 현직 음악감독 콜름 오레건(Colm O’Regan·사진)이 합류해 관심을 모은다.
한국 창작 뮤지컬이 영국에 처음 소개되는 자리에서 웨스트엔드 정상급 음악감독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2011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선정작으로 발굴돼 2012년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 최우수상, 2013년 한국뮤지컬어워즈 대본상 등을 수상했다.
전쟁 속 남북 병사들이 ‘여신’이라는 상상의 존재를 통해 서로를 치유하며 화해를 모색하는 이야기로, 서정적인 음악과 따뜻한 서사로 국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런던 무대는 제작사 ‘연우무대’ 유인수 대표와 영국의 ‘ILOVESTAGE’ 김준영 대표 프로듀서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해외 쇼케이스란 본질적으로 미완의 무대다. 유명 배우도, 익숙한 넘버도, 잘 알려진 이야기 구조도 없다. 그렇기에 초청장을 보낸다고 해서 실제 참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 카메론 매킨토시 같은 업계 거물이 관객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냉혹한 현실이지만, 첫 해외 진출 무대에서 가장 큰 장벽은 작품의 완성도 뿐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보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상징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장벽이며, 비영어권 프로듀서들이 공통으로 마주하는 문제다.
유인수, 김준영 대표는 이를 위해 “MTN과 전략적으로 협력해 업계 관계자들을 초청하고, 패널 토론을 통해 즉각적인 논의를 이어가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번 쇼케이스는 약 90분간의 공연 후 영국 공연계 최고의 관계자들을 모시고 패널 토론으로 이어지며, 드라마터그와 연출 등 추가 창작진과 배우는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