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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 이건 아니다”
코리안위클리  2003/09/11, 03:25:20   
노동계 개정 근로기준법에 강력 반발… “휴일 고작 12일 늘면서 최대 20% 임금삭감 요구”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식시간을 제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근로기준법 개정안 제49조). 이 조항 하나를 바꾸기 위해 노동계와 사용자쪽이 무려 4년 남짓 대립과 갈등을 지속해왔다. 물론 주5일제는 노동시간 조항 하나만 바꾼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4시간 단축에 따라 근로기준법의 다른 조항들을 함께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29일 국회를 통과해 내년 7월부터 법의 이름으로 공식 개막되는 주5일 근무제는 노동시간(현행 주 44시간)을 4시간 줄이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과연 노동자 삶의 질을 향상시킬까
그도 그럴 것이, 노동시간은 생산 및 기업의 이윤과 직결되기 때문에 노동과 자본이 가장 첨예하게 맞부닥칠 수밖에 없다. 1886년 수십만명의 시카고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파업시위를 벌인 데서 메이데이가 유래했듯, 근대 자본주의 등장 이후 노동자들은 ‘시간주권’ 쟁취를 내걸고 기나긴 싸움을 벌여왔다. 외환위기 이후 주5일제를 사회적 이슈로 던진 쪽도 노동계였다. 물론 일주일에 닷새만 일한다는 의미에서 주5일제는 그 자체로 일상생활의 대변혁을 뜻한다. 그러나 ‘주5일 시대의 본격 개막’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개정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주5일제가 과연 노동자의 삶의 질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두말할 것도 없이,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2001년 기준 연간 2447시간)을 기록할 정도로 장시간 노동에 지친 한국 노동자들에게 주5일제는 분명히 설렘과 흥분의 대상이다. 한국 노동자들은 인생과 가족은 내팽개친 채 “오직 일만 하다 볼장 다 보는” 노동생애를 살아왔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공장에서 밤늦게 집에 돌아오면 그대로 쓰러져 자고 또 새벽같이 나가야 했고, 밀려오는 피곤을 못 견뎌 일요일에는 잠만 자야 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아버지(혹은 어머니)로, 언제 과로로 쓰러질지 모르는 노동자로 살아야 했다. 피로회복제인 ‘박카스’가 최장수 히트상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이런 노동현실을 그대로 말해준다. 이처럼 노동이 팍팍하다보니 생산성이 높아질 리도 없다.
수치로 따져볼 때 주5일제 도입으로 현재 총 91∼101일인 연간 휴일·휴가는 134∼144일로 늘어난다. 그러나 단순히 ‘토요일 휴무’가 노동자에게 삶의 질 개선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다. 실제로 일하는 노동시간(실노동시간)이 주 40시간으로 단축돼야 비로소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대다수 저임금 노동자들이 실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계임금 확보라는 기본 전제가 필요하다. 결국 문제는 ‘임금’인데, 이와 관련해 개정 근로기준법은 4시간 단축분을 기본급이 아닌 총액임금(기본급, 수당, 상여금 포함)으로 보전하고, 연·월차 휴가 대폭 축소에 따라 연·월차 수당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노동자들에게 연·월차 휴가는 사실상 임금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본급이 낮기 때문에 휴가를 쓰지 않고 대신 일해 수당으로 받아온 것이다. 그런 만큼 연·월차 축소 및 생리휴가 무급화는 임금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화이트칼라 노동자에게는 토요 휴무 자체가 혁명적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지만, 저임금에 시달리는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휴일·연장·야간 근무는 모자란 생계임금을 벌충하는 수단이었다. 게다가 개정된 법에 따라 주5일제 첫해에 기업이 기본급은 묶어둔 채 수당과 상여금을 인상해 임금을 보전할 경우 기본급을 기준으로 하는 상여금과 수당 인상률에서 노동자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한국노총 이민기 정책국장은 “법에 기존 임금수준 보전이 명시돼 있지만 ‘총액임금’ 기준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연·월차·생리휴가 등 줄어든 휴일·휴가 수당을 별도로 보전하는 내용이 빠졌다”며 “연·월차 수당이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상여금과 퇴직금이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노동계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휴일은 고작 12일 늘리면서 최대 20%의 임금삭감을 요구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깎인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주5일제 시대에도 연장근로를 하지 않을 수 없고, 토요일에 쉰다 해도 ‘무늬만 주5일제’일 뿐 실제 노동시간은 줄어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초과노동수당 할증률이 현행보다 더 줄어든 탓에 오히려 지금보다 더 긴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생활임금이 확보되지 못한 저임금 노동자들이 노동과 여가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연장근로 안 할 수 없는 구조
주5일제 법안 통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변변한 노동조합조차 없는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는 이미 단체교섭을 통해 주5일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노사 합의로 주5일제 시행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하지만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체교섭을 통해 주5일제를 따낼 수도 없고 어차피 법의 이름으로 주5일제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체 노동자의 56%에 달하는 760여만명의 20인 미만 영세업체 노동자들은 2011년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는 판에 주5일제가 노동자 내부의 차별의 골을 더 깊게 패는 격이다. 삶의 질 향상은커녕 상대적 박탈감만 더 키우고, 노동자들을 ‘주5일 아빠’와 ‘주6일 아빠’로 갈라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민주노총 조남율 정책부장은 “정규직은 입사하자마자 연 15일의 휴가를 받는 반면 비정규직은 한달 하루씩 연 12일밖에 못 받게 됐다”며 “더구나 여성노동자는 생리휴가 12일까지 깎여 주5일제가 비정규직 및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사장들이 여전히 주5일제를 거부하고 있지만, 사실은 중소·영세 사업장의 주5일제 도입 시기가 늦어짐에 따라 노동자뿐 아니라 사용자들까지 피해를 볼 공산도 크다. 주5일제 시행이 늦어지면 구직자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더 꺼리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더욱더 심각한 인력난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악용할 수도
주5일제 법 통과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에서 노동시간을 둘러싼 투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에 “법에 따라 기존의 단협, 취업 규칙을 조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이미 주5일제를 도입한 사업장마다 개정이냐 유지냐를 놓고 또 다른 갈등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사용자쪽은 주5일제 도입에 따라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적극 활용해 노동시간을 ‘재배치’하는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탄력적 노동시간제는 3개월 단위로 평균 노동시간이 법정 노동시간(주 40시간) 안에만 들면 한창 바쁠 때 하루 12시간을 일하든 주 52시간을 일하든 초과노동 수당을 주지 않고 탄력적으로 일을 시킬 수 있는 제도다. 임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겠다는 구상인데, 사용자들이 일감에 따라 몰아치기로 일을 시키면서 휴일·연장·야간 근로 때 수당 대신 휴가로 쓰라고(선택적 보상휴가) 요구하면서 ‘시간주권’을 둘러싼 노사간 다툼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밤낮없이 일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무슨 주5일 근무냐”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노동계가 주5일제를 ‘노사분규 촉진법’으로 규정했지만 주5일제는 우여곡절을 거쳐 단계적으로 개막됐다. 꼭 노동자의 삶의 질을 말하지 않더라도, 노동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거나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해 과로로 죽으면 생산이 멈추고 결국 이윤도 창출할 수 없다. 주5일제 법안과 별개로 사용자 역시 노동시간 단축에 적극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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