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문건에 ‘수개월 내 핵무기 개발 가능성’ 내용삽입 정보기관 압력 행사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라크 무기정보 관련 문건의 내용 조작을 시도했음을 확인해주는 증거가 나왔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블레어 총리는 지난해 9월24일 이라크 문건을 발표하기에 앞서 ‘사담 후세인이 수개월 이내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삽입할 것을 요구하며 정보기관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블레어 총리의 이 같은 요구는 그러나 ‘관련 정보가 없다’는 이유로 영국 정부의 최고위 정보기관인 합동정보위원회(JIC)의 존 스칼렛 의장에 의해 거절됐다.
영국 정부는 총리실이 JIC의 견해를 무시하지 않았음을 입증하기 위해 총리실과 JIC 사이에 오간 메모와 e-메일 등을 법원에 제출했으나 이는 역설적으로 총리실이 이라크 문건 조작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들 자료에 따르면 앨러스테어 캠벨 총리 공보수석은 지난해 9월17일 스칼렛 의장 앞으로 메모를 보내 “총리는 핵 문제와 관련한 당신의 표현 방식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 시기와 관련해 수개월 이내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는가”라고 내용 변경을 요구했다.
이어 9월17∼20일까지 사흘간 총리실 내부와 총리실 및 JIC 사이에 44통의 e-메일이 오가는 등 이라크 정보 문건의 내용을 놓고 집중적인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캠벨 공보수석은 내용 변경이 거절된 뒤 스칼렛 의장에게 보낸 e-메일에서 후세인의 핵 능력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 부문에 집중적인 공격을 가한 데 대해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 제프 훈 국방장관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방송이 25일 보도했다.
해밀튼 의원은 이날 방송의 <라디오4>에 출연해 “훈 장관 스스로가 공직 경력이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비난의 불길이 총리에게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가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훈 국방장관과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번주 청문회에 출석해 영국 정부가 이라크무기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방송 보도의 취재원으로 지목된 켈리 박사의 신원이 공개된 과정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