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 지구촌에 잔잔한 감동을 안겨줬던 ‘아줌마 누드달력’의 속편이 나온다.
아줌마 누드달력은 99년 4월 영국 노스요크셔 지방의 소도시 스킵튼 근교에 사는 여성연구소(WI) 지부 회원들이 나신으로 일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은 것. 11명의 시골 아줌마들은 회원인 앤젤라 베이커(57)의 남편이 98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백혈병 연구기금을 모으기 위해 용감하게 옷을 벗어 던졌다.
촬영에 응한 회원들은 45∼60세의 평범한 중년여성들이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운 나머지 삼각대를 이용해 직접 찍으려고 했으나 완성도가 떨어지자 회원인 린다 로건(60)의 남편이 사진사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작품을 만들었다.
전편 달력에는 사진마다 해바라기가 등장하는데 생전에 요크셔국립공원 관리소에서 일한 베이커의 남편이 병중에도 마을에 해바라기씨를 뿌린 뜻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12월 달력 사진에서는 모델 전원이 산타모자를 쓰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렀다.
회원들은 달력이 기껏해야 수백부 정도 팔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영국과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 30만부나 팔려 57만8,000파운드(한화 11억4,000만원)의 기금을 모을 수 있었다.
2004년판으로 제작되는 속편에는 전편에 나왔던 아줌마 모델 11명 중 6명이 다시 나온다. 새로 가세한 6명은 헬렌 미렌, 줄리 월터스, 아네트 크로스비 등 영화배우들이다.
속편 달력에 전문배우들이 들어간 것은 전편 달력의 실제 스토리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캘린더 걸스>의 홍보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드달력의 아이디어를 처음 냈던 트리시아 스튜워트(54)는 “전편 모델 5명이 배우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퇴진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새 달력이 적어도 50만부 이상 판매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캘린더 걸스>의 제작비는 700만파운드(약 140억원). 여성연구소 회원들은 다음달에 열리는 영화시사회에 맞춰 누드달력을 발매할 계획이다.
1915년 창립된 여성연구소는 영국 전역에 23만명의 중년회원들을 보유한 여성단체로, 지역사회에서 여성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