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민 가계의 경제사정이 극도로 나빠지고 있다.
가계의 생활형편을 나타내는 소비자체감지수는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떨어졌고, 생활고 탓에 애써 부어오던 적금이나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 전망 조사’에 따르면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와 생활 형편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는 6월의 62.7에서 62.1로 낮아져 1998년 11월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평가지수가 100 밑으로 내려갈 수록 6개월 전보다 생활형편이 나빠졌다는 가구가 좋아졌다는 가구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6개월 후의 경기와 생활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도 이라크전이 발발했던 3월의 90.4에 이어 올 들어 가장낮은 수치다.
외환위기직후 1,321만원에 불과했던 가구당 빚은 2001년 2,000만원을 돌파한 이래 지난해 말 2,915만원, 올해엔 3,0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가구당 가처분소득은 계속 줄어드는 양상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생활형편이 나빠지자 손해를 감수해가면서까지 생명보험 등 장기 금융상품을 만기 전에 해약하는 서민들도 크게 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환급금이 납입 금액보다 크게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 해약률 증가는 가계의 소득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정부 차원의 서민생활 안정대책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