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은 4일 정몽헌 회장의 투신자살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도, 자살 동기에 대해서는 엇갈린 주장을 폈다. <관련기사 14면>
민주당은 정회장의 죽음을 “대북송금 특검 수사에 따른 압박감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며, 한나라당은 “정략의 희생양”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정회장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민족통일을 향한 노력을 냉전의 올가미에 씌워 죽인 ‘분단 타살’”이라고 주장했고, 김성호 의원은 “냉전 수구세력들이 현대의 대북사업에 대해 끊임없이 반대하고, 특혜라고 비난하면서 발목을 잡은 것이 결국 정회장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말했다.
설훈 의원은 “특검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특히 150억원 수수설과 관련된 부분을 본인이 직접 주도한 것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정균환 총무도 정회장의 자살 소식에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해야 했다”고 말해, 정회장의 자살과 특검 수사를 간접적으로 연관지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권이 정회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홍사덕 총무는 “남·북한 위정자들이 훌륭한 기업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말해, 남북한 정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홍총무는 “(정부가) 외환위기 때 (현대에) 5억달러라는 생돈을 내놓게 하고, 그 대신 은행빚을 떠넘긴 게 문제의 발단”이라고 말해, 기존의 당론과는 거리가 있는 주장을 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김대중 정부가 현대에 대북송금의 대가로 수십조의 공적자금을 지원함으로써 현대가 외환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특혜를 주었다고 주장해 왔다.
홍총무는 또 “특검이나 청문회, 국정조사 등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과정을 밝혀야 한다”고 말해, 대북송금과 관련한 또다른 특검을 추진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김영선 대변인은 “특검은 특검대로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하고 (정회장) 한 사람에게 부담을 지워서 결국 험한 꼴을 본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일본을 방문중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이날 전화보고를 받고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충격을 표시하면서 “이번 일로 경제계에 충격이 심할텐데 조속히 평상심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유운영 대변인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