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리즘’ 영광 어디로… 77세 생일 카드 단 4장에 불과
강한 신념과 추진력으로 11년간 영국을 이끌었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78) 전 영국 총리가 다우닝가 10번지(총리 집무실)를 떠난지 13년만에 심신이 한없이 허약한 외롭고 초라한 노인으로 변모했다고 <더 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신문은 대처 여사가 영광스러웠던 ‘과거의 미망인’이 돼 자연스럽게 노년 생활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가족들은 그녀의 건강과 재정상태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50년간 인생의 동반자였던 남편 데니스 대처 경이 5주전 숨진 이래 대처 여사는 극도의 고독과 무력감 속에서 한 때 명민했던 그의 마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두려움 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데니스 경이 사망하기 직전 딸인 캐롤이 부모와 인터뷰를 하는 형식의 다큐멘터리 TV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린다 맥두걸 프로듀서는 “그는 노년을 함께 할 친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버려진 채 잊혀진 인물이 됐다”며 “너무나 변한 모습에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처 여사는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딸 캐롤과의 인터뷰에서 그녀의 승리와 패배, 그리고 분노에 대해 때론 격정적으로 때론 차분하게 얘기했지만 몇차례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래 심신이 극도로 허약해져 있음을 감추지는 못했다.
30년간 대처 여사를 알고 지낸 맥두걸은 “신념의 대명사로 불렸던 대처 여사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에 떨고 있는 노인으로 변해 있었다”면서 “그는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오고 있는 지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멈출 힘이 없다는 점 때문에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나라를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했지만 77세 생일날 받은 축하 카드가 단 4장에 불과할 정도로 대처 여사는 외로운 말년을 보내고 있었다.
맥두걸은 “총리시절 하루도 신문에 그의 이름이 나지 않는 날이 없었고 심지어 ‘대처리즘’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였지만 한 여인으로서 대처 여사는 완전히 버림을 받았다”고 말했다.
캐롤은 맥두걸에게 그녀의 어머니 대처 여사가 했던 질문을 또 하고 또 하는 심한 건망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자주 혼란에 빠진 것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대처 여사는 지난 3월에 있었던 인터뷰에서 짙은 초록색 드레스에 외투를 걸친 완벽한 모습으로 TV 앞에 섰지만 맥두걸에게 “가끔 물건의 이름을 잊어 버린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대처 여사는 그러나 포클랜드 전쟁 등 총리 시절의 전성기에 관한 질문이 있자 갑자기 생기를 되찾으며 열정적인 어조로 `‘영광스러웠던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자신이 총리직에서 타의에 의해 물러나게 된 순간에 대해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영원히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며 못내 아쉬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