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벌어놓은 시간을 이용해 정대표는 국면 타개가 필요할 때마다 쓸 이른바 ‘핵폭탄’을 비축해놓고 있다. 정대표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들어보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노무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을 만한 것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대통령과 굿모닝시티 사건 윤창렬씨 사이의 모종의 관계설이다. 정대표가 둘 사이의 매개고리 역할을 해 내용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노대통령의 지난해 경선자금에 대해서도 정대표가 상당부분 정보를 파악해, 언제든지 공세적 태도로 나올 수 있다. 정치 상황에 따라서는 정대표가 노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들에 비하면 노대통령의 오른팔인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을 해임하는 것은 소규모 전술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대표의 이런 버티기 전략에 힘을 보태줄 우군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지금은 당장 정대표의 곤궁한 처지를 동정해 다들 한마디씩 거들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모두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신주류 일부에서는 정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시간은 정대표의 편이 아니라, 오히려 정대표가 시간에 쫓기는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