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다.
지난 달 17일 인천에서 가정주부 손아무개(34)씨가 3남매와 함께 아파트 14층에서 뛰어내린 사건은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빈곤층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3년 전 다니던 가구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남편(34)은 실업자가 됐다. 남편은 전국의 막노동판을 전전했지만 집에는 돈을 보내지 못했다. 아이 셋 때문에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었고, 카드 돌려막기로 생활비를 충당하다 신용불량자가 됐다. 친정에서 쌀을 얻고, 아이들 병원비 1만∼2만원은 이웃에서 꿔 썼다. 그러나 손씨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했다. 남편이 처분하지 않은 중고 세피아 자동차 때문이었다.
손씨는, 세상을 저버리기 전날 초등학교 1학년 딸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학교의 현장학습 보내는 데 드는 돈 3800원을 마련하지 못했던 것.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자살 건수는 모두 1만3천55건으로 전년 1만2천277건에 비해 6.3% 증가했다.
하루 평균 36명, 1시간에 1.5명 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셈이다.
98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로 1만2천458건에 이르렀던 자살 사건은 99년 1만1천713건으로 줄었다가 2000년(1만1천794건) 이후 계속 늘고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이야기하는 지금, ‘빈곤 자살’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빈곤층이 과거보다 ‘상대적 궁핍’의 박탈감에 더욱 시달리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더 나아질 희망이 없다는 좌절감이 빈곤층의 자살을 방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 전문가들은 개인의 삶을 자살로 이끄는 사회 분위기를 지적하고 있다.
김종호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자살은 희망이 없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라며”사회가 전반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로 잠재적으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회 절망적인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