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됐던 로제타스톤을 둘러싼 이집트와 영국간의 문화재 반환 전쟁이 다시 한번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 고유물관리 최고위원회의 자히 하와스 사무총장은 28일 “최근 영국 방문, 닐 맥그리거 대영박물관장에게 로제타스톤을 이집트박물관에 3개월간 전시할수 있도록 대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표면적으로 그동안 로제타스톤의 반환을 강하게 요구해왔던 이집트의 입장을 한시적 대여로 완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받아들이는 영국측은 잔뜩 긴장하며 대응하고 있다. 이집트가 빌려간 뒤 혹시 돌려주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측은 더 나아가 로제타스톤의 반환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이집트측의 계략이라고 의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제타스톤을 둘러싼 양국간 다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집트는 96년 존 메이저 당시 영국 총리에게 반환을 공식 요청하는 등 그동안 줄기차게 소유권을 주장해 왔으나 영국은 그때마다 “이미 세계 공통의 유산이 된 만큼 ‘현재의 고향’에서 최고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거부했다.
유네스코가 제정한 국제 협약도 각국 정부에 1971년 이후 강제로 빼앗긴 유적에만 되찾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어 이집트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립적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약탈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겠다는 것은 박물관 관광 수입 감소를 우려한 것일 뿐”이라며 “영국은 로제타스톤 반환은 물론, 강제 점유 기간동안 이집트에 끼친 정신적 물질적 피해까지 보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집트의 이번 요구도 이 같은 여론의 확산을 노린 고단수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로제타스톤은 2,000여 년 전 이집트왕 프톨레마이오스 5세의 송덕비로 고대 이집트 문자의 비밀을 캐는 열쇠가 된 인류의 문화재이다.
1799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군 소속 병사에 의해 나일강 어귀에서 발견했는데 1801년 영국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프랑스가 평화조약(알렉산드리아 협정)의 대가로 영국에 넘겨줘 지금까지 영국이 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