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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Mia Kobayashi와 비이올린 대역 Akiko Ishikawa ⓒ Craig Sugden |
2024년 7월 5일 런던 웨스트엔드 해롤드 핀터 극장 7:30분 공연.
런던 웨스트엔드의 해롤드 핀터 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Your Lie in April’은 잠재력 있는 작품이지만, 몇 가지 개선점이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이전 작품들보다 더욱 감정적인 깊이와 젊음의 활기를 담아내며 관객을 오프닝 무대부터 사로잡았다. 특히 다양한 음악적 요소와 서정성은 작품의 드라마틱한 요소를 효과적으로 부각시켰다. 이러한 감정적인 깊이와 서정성은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고,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첫 장면부터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감정적인 장면에서 큰 역할을 하며, 청중에게 강렬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야기는 피아노 신동인 코세이 아리마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된 후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바이올리니스트 카오리 미야조노를 만나면서 다시 음악에 대한 열정을 찾게 된다. 피아노 신동 코세이의 음악적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지만, 여주인공의 비극적 결말은 아시아 관객들에게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코세이 어머니의 캐릭터가 어린 아들에게 혹독하게 피아노를 연습시키는 모습에서 일본보다는 한국이나 중국의 ‘타이거 맘’에 더 가깝게 묘사된 듯하다. 이는 일부 관객들에게는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다소 과장되거나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었다.
출연진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뛰어나지만, 일부 음악적 요소에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특히 카오리 역 배우가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하지 못하고 대역 배우(Shadow Musician)를 쓴 점과, 어린 코세이 역시 피아노 연주를 흉내 내는 데 그친 점은 작품의 몰입도를 저해했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공연의 일관성과 현실감을 떨어뜨리며, 일부 관객들에게는 실망감을 줄 수 있겠다. 그러나 주요 배우들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훌륭했으며, 각자의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Your Lie in April’은 평균 이상의 웨스트엔드 프로덕션으로 평가되며, 애니메이션을 성공적으로 각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작품은 재미와 감동을 주는 동시에 웨스트엔드 작품의 다양성(출연진 모두 아시아 배우들 위주)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주연 배역의 음악적 완성도 향상 등 몇 가지 요소들이 보완된다면 훨씬 감동적인 작품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음악적 연주가 더욱 실제적이고 정교하게 표현된다면 작품의 몰입도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 작품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9월 21일까지 런던 극장가 해롤드 핀터 극장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요즘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영국에서 같은 제목의 작품이 동시에 소개되는 경향이 있는데, 라이선스 작품과 독립적 창작 작품들이 각기 다른 언어와 배우들로 다른 문화권에서 보여질 때 비교할 수 있어서 관람자들에겐 새로움 재미를 주는 것 같다. 올 여름 한국 출장을 다녀 오시는 분들은 예술의 전당에서 하고 있는 똑같은 작품을 리스트에 넣어 보셔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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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 타운 프레스 나이트 ⓒ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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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레스 나이트 : 객관적 비판 vs 축하하는 자리
프레스 나이트는 제작사측 프로듀서들이 부검 수준의 객관적 비판을 받아야 하는 날일까?
아니면 출연진과 제작진의 노고를 치하하고 긍정적인 입소문을 내주고 업계 소속인(평론가)으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자리일까?
다수의 작품을 통해 세계 공연계 최고의 상 올리비에와 토니를 여러차례 받았고, 대중에겐 영화 <어메리칸 뷰티>, <007 스카이폴> 감독으로, 그리고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 배우와 결혼했던 스타 감독이 있다. 캠브리지(Peterhouse)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90년대 웨스트 엔드에 있는 돈마(Donmar Warehouse)극장의 상임 연출가를 거쳐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영국에서도 대단히 유명한 천재 샘 멘데스(Sam Mendes) 감독조차 웨스트 엔드의 프레스 나이트(공식 기자 시사회)는 큰 스트레스를 준다고 한다.
그는 종종 프레스 나이트를 평론가, 친구, 업계 관련자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작품을 평가하고 소통하는 결혼식에 비유한다. 가능하면 작품을 해석하고 평가하려는 사람들, 즉 “기립박수를 위해 일어설 수 없는 유일한 사람들”은 좀 피했으면 한다는 개인적인 마음을 비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멘데스가 런던의 공연 시스템을 부정하거나 공격할 의도는 없으며 그저 사려 깊은 의견의 일부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그가 어떻게 말하든 영국 공연계가 당장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런던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작품의 프레스 나이트를 참석해 공연을 관람하고, 또 지인이 힘들게 올린 작품의 리뷰들을 읽어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프레스 나이트는 제작사측 프로듀서들이 부검 수준의 객관적 비판을 받아야 하는 날일까? 아니면 출연진과 제작진의 노고를 치하하고 긍정적인 입소문을 내주고 업계 소속인(영국의 많은 평론가들)으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자리일까?
인플루언서와 유명인의 기립 박수, 소셜 미디어 입소문 등 긍정적인 반응은 작품에 대한 영국 대중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특히 초기 단계에서 프로덕션의 상업적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으나 후자의 견해엔 평론가는 공정하고 정직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하는데, 오프닝 밤의 축하 분위기에 순응해야 한다거나 지인의 작품을 어떻게 부정적 요소를 발견해 표현해야 하나 하는 압박감으로 인해 평가의 공정성이 방해 받거나 훼손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을 보고 속내를 숨기며 다른 관객들 틈 사이에서 힘없이 박수치고 휩쓸려 웃으며 그저 가식적인 축하(pseudo-congratulation)만 보내고 돌아설 수는 없지 않을까?
뉴욕의 현실은 어떨까? 평론가들은 주로 초연 공연에 참석하고 오프닝 밤엔 자리를 내주는 경향이 짙다. 공식 오프닝엔 비평이라는 매운 소스 대신 유명한 스타들과 업계 리더들을 초청해 잔치를 벌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비평과 축하 행사를 시차를 두고 나름 분리해서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평론가들이 눈치보지 않게 하려는 배려가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평론가들은 갈라 이벤트를 통해 부담 없이 공연을 검토할 수 있다.
두 관점 모두 장점이 있지만, 공연 리뷰의 진실성과 정직성을 유지하려면 앉아있는 자리와 상관없이 객관적인 비평에 대한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비평가는 균형 잡히고 사려 깊은 평가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높은 기준을 유지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업계와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뉴욕의 시스템에서 볼 수 있듯이 비평과 축하의 역할을 분리하면 프레스 나이트의 기념적인 성격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청렴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웨스트엔드의 중심을 떠나 프린지로 이동하면 또 다른 분위기를 접할 수 있다. 더 스테이지 어워즈에서 프린지 극장상을 수상한 런던의 뉴 디오라마 극장은 소극장과 신진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비평가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비평가, 편집자, 예술 기자들이 새로운 예술가들의 신작을 이해하고 평가하지 않으면 신예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쪽에서는 주목받기를 꺼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주목을 갈망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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