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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작품 홍보를 하는 예술가들 모습 ⓒILOVESTAGE IMAGE LIBRA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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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공연을 마켓에서 테스트해보는 데 에든버러만 한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곳이 마치 모든 걸 해결해주는 것인 양 기대하지는 마세요. 여러분들의 공연이 에든버러에서 성공할 것 같다고 설득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정말 희박합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곳이 다른 어느 무대에서 보다 분명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 언더벨리 (Underbelly) 극장그룹의 공동 예술감독 찰리 우드 (Charlie Wood) -
공식적으로 팬데믹이 막을 내리면서 영국의 여름이 세계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에든버러 축제인데요, 올해는 한영 수교 140주년이라 국내 공연 예술 단체의 대거 이동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에든버러 프린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세계 최대 공연예술 페스티벌이면서 동시에 세계 각국의 프로모터, 프레스, 프로그래머 및 극장 관계자가 모여드는 국제 아트 마켓입니다.
공연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180 High Steet’(로얄 마일 중심에 위치한 프린지 사무국 주소)는 죽기 전에 반드시 한 번은 찾아가 봐야 할 곳이라 판단되는 곳입니다.
에든버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세계적 스타가 된 배우나 작품들은 무수히 많지만 우리에게까지 알려진 일부를 소개하면 헨릭 입센(Henrik Johan Ibsen)의 작품을 들고 에든버러를 처음 찾았던 트레버 넌(Trevor Nunn, 1963), 이후 1965년도에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RSC)의 예술감독이 되고 1981년에 뮤지컬 <캣츠> (Cats), 1985년엔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의 연출가가 있고, 프린지에서 데뷔할 당시 연극학과 학생이었던 로빈 윌리암스 (Robin Williams, 1971),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배우 로완 앳킨슨(Rowan Atkinson, 1976), 넌버벌 뮤지컬 <스텀프>(Stomp, 1991), 뮤지컬 <원스>의 작가인 엔다 왈시(Enda Walsh, 1997), 그리고 스튜어트 리 (Steward Lee)의 뮤지컬 <제리 스피링어쇼>(Jerry Springer: The Opera, 2002) 등의 예가 있습니다.
국내 단체로는 1999년 (주) PMC의 <난타>가 처음으로 에든버러 프린지에 진출해 대성공을 거두었고 지난해 10월 13일에는 공연 탄생 2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세계 57개국 310개 도시를 돌며 꾸준히 공연한 난타는 팬데믹 전까지 명동, 홍대, 제주 및 태국 방콕에서 상설 극장을 운영했었죠.
또한 (주)예감의 <점프>는 2005년과 2006년 프린지에서 전일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흥행 돌풍을 이끈 후, 2007년부터 웨스트엔드 10주 공연 및 영국 투어, 유럽 투어, 북미 투어, 일본 장기 공연을 한 바 있습니다.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은 2005년 프린지 진출 시 유료 객석 점유율 80%를 기록하고 평단의 뜨거운 찬사를 받은 이후, 2차 대전 이후 지어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런던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re)에서 셰익스피어 공연 페스티벌에 초청되었고 이후 독일, 폴란드, 시드니, 호주 등지의 국제 페스티벌에 이어서 유럽, 호주, 아시아 등의 대륙별 투어의 대장정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2007년에는 사다리 움직임 연구소의 <보이첵>이 토탈 씨어터 최우수 신체극상과 헤럴드 엔젤상을 받으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2008년 1월 런던국제 마임페스티벌에 공식 오프닝 작으로 초청받는 등 세계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극단 초인의 연극 <선녀와 나무꾼>, 그리고 2017년에는 <타고(Tago)>, , <옹알스(Ongals)>, 극단 성북동 비둘기의 연극 <메디어 온 미디어(Medea on Media)> 등은 각각의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평단 및 관객들 사이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아냈었어요.
에든버러 프린지는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미디어와 여행객이 모여드는 여름철 최고의 공연 페스티벌이고 특히 영어 중심으로 공연되어야 하는 특성이 있어 그동안 우리 한국 공연은 대사가 없는 넌버벌(Non-verbal) 장르를 선호해 왔었는데, 최근 들어 우리 연극이 언어 장벽을 넘어 어떻게 해외시장에 나갈 수 있는지 학습 사례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관객들이나 평단의 반응이 시작부터 뜨겁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적인 진출 성과 외에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도 함께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행착오와 실패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특징과 그 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이 결여된 채 구체적인 사전 계획과 실행 전략 없이 페스티벌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참여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약 100여 편의 작품들이 참여했고 이들 중 많은 제작사가 엄청난 비용의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득 없이 오히려 좌절과 상처만을 안고 돌아갔습니다. 이제 처음 진출을 고민하는 제작사에선 사전 기획(Pre-Fringe)으로부터 공연(Fringe) 그리고 그 결과를 평가·점검하고 사후 관리(Post- Fringe)까지 철저한 전략과 지침을 마련한 후 페스티벌의 장을 통해 서로 무엇을 경험할 것인가를 구체화 하는 것으로부터 다시 시작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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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틸다> (Matilda the Musical) 영국 넷플릭스 6월 25일 개봉
지금부터 약 14년전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스트렛포드-어폰-에이본에 위치한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에서 로알드 달(Roald Dahl)의 1988년작 <마틸다>의 무대 버전이 처음으로 일반 관객에게 소개되었습니다. 영국인들은 그 전에도 사랑받던 문학 작품들이 연극이나 뮤지컬로 만들어져 왔음을 알고 있었지만 <마틸다>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예상하지 못했었죠.
2012년 웨스트엔드에선 최우수 신작 뮤지컬을 포함해 7개의 올리비에상을 받았고 다음해 4개의 토니상을 휩쓸게 됩니다. 10살짜리 꼬마 주인공(Eleanor Worthington)은 최우수 여우 주연상을 받으면서 그 부문 최연소 수상 기록을 세우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2018년 영어가 아닌 언어로는 최초로 서울 공연이 성사되어 LG 아트센터에서 소개 되었고 189회, 17만 관객을 동원기록, 올해 2월까지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 <마틸다>는 관객층 다변화로 시장 확대 견인등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뮤지컬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품으로 평가 받게 됩니다.
이랬던 작품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최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에서 로알드 달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현이나 상징들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죠. 원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등은 어린이 문학에 속하는데 영국 출판사 ‘퍼핀’과 로알드 달의 유산을 관리하는 ‘로알드 달 스토리컴퍼니’는 전문가들과 함께 로알드 달의 작품을 검토한 후 작품 속 캐릭터의 외모나 체격, 인종 등에서 편견을 가지고 묘사된 부분이 상당히 많이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악인의 캐릭터에 주로 ‘못생기고 끔찍한(ugly and beastly)’라는 표현은 현대 사회에서 외모를 비하하고 있어 지금의 독자들이 볼 때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수렴한 건데요,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자 “원작의 표현을 수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어요.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소설가 살만 루시디는 “문학작품의 표현을 수정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카밀라 파커볼스 영국 왕비는 최근 열린 한 행사에서 작가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이들에게 저항하라”고 밝히면서 한동안 논쟁이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출판사에서 수정하면서 일단락 되었습니다만.
이제 이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져 무대 뮤지컬을 만든측에서는 넷플릭스 보다 영화관에서 보여지길 바랬으나 올 6월 25일 넷플릭스에서 소개될 예정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국인들에게 소개하고 그 이후에 세계 88개국으로 공개된다고 하는데요 (단, 미국은 작년 크리스마스에 개봉) 영화관의 스크린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개봉하는 이유는 영화 제작비의 투자가 소니와 넷플릭스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죠. 소니는 스트리머가 아니기에 마지막 남은 옵션은 넷플릭스가 가져간 것입니다.
<마틸다>영화에 엠마 톰슨의 트런치불 연기는 작품의 등장 인물 중 악의 화신이죠. 존재 자체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물입니다. 보고 듣는 것들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영화라는 장르의 특징일 텐데요, 과연 무대 버전의 뮤지컬 <마틸다>가 영화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갖고 있을지 둘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네요.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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