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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기억하는 영국, 퇴역군인들의 천국
코리안위클리  2014/07/02, 04:31:03   
전우들 무덤 앞에서 하는 노병의 경례는 항상 슬프다.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과 먼저 간 전우에 대한 애잔함이 겹쳐서인지
구부러진 어깨가 마냥 약해 보인다.
바닷바람에 날리는 흰머리와 골 깊은 주름에서는
세월의 흔적만 남아있고 가슴에 달린 훈장은
영광보다는 회한을 말해주는 듯 초라하다.


한국의 현충일이던 지난 6월 6일, 2차대전의 분수령을 만든 노르망디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이 열린 노르망디 기념식 현장 중계와 신문 사진을 보고 느낀 감상이다. 프랑스 동북부 노르망디 해안에서 벌어진 인류 최대의 상륙작전을 기념하던 날, 연합국 측에서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비롯 프랑스, 미국, 그리고 독일 총리까지 17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특히 3대가 한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영국의 왕실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세손 부부 등 5명이 참석해 상륙 70주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줬다. 당시 참전했던 연합국과 독일 군인 20만명 중 현재 살아 있는 숫자는 영국군 650여명을 포함해 3000명이 채 안 된다. 몇 년 안 가면 거의 100 단위로 줄어들 수도 있다. 그중에서 참석한 2000여명의 참전군인들은 모두 90세를 넘겼고 일부는 100살을 넘은 노병들이었다. TV를 비롯해 영국 언론을 뒤덮은 노르망디 해변 여기저기서 벌어진 기념식 현장 모습을 본 유럽인들은 누구나 일말의 감상을 느꼈을 것이다. 특히 해변을 뒤덮은 붉고 푸른 유니언잭 2만6000개가 자아내는 장관을 보고는 노병들이 아니더라도 울컥하는 심정을 느꼈을 것 같다. 그 작은 수기(手旗) 하나하나가 작전에 참여했던 영국군 2만6000명 한 명 한 명을 상징하는 영국 국기였기 때문이다.

올해는 노르망디상륙작전 70주년을 시작으로 굵직한 전쟁 관련 기념일이 줄줄이 이어진다. 7월 28일은 1차대전 발발 100주년이다. 올해는 그래서 1·2차대전과 관련한 행사가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것 같다. 처음 영국에 왔을 때 전쟁 관련 행사를 비롯해 책, 박물관 기념물, 위령탑, 자선단체 등 전쟁을 상기시키는 것들이 하도 많아 놀랐다. 그래서 영국인들이 전쟁에 대해 편집광 같은 관심을 가진 게 아닌지, 아니면 자신들의 전쟁 역사를 자랑하기 위함이 아닌가 의심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결코 그런 ‘생각 없는 자랑’이 아니었다. 자신을 대신해 죽거나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죽은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하는 노력일 뿐이라는 것을 느끼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런 영국인들의 심정을 노르망디 해변에서 기자에게 했다는 한 노병의 말이 상징한다. “우리가 달고 있는 이 훈장은 우리 것이 아니다. 아직 여기에 누워 있는 저들의 것인데 우리가 대신 달아주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영웅은 살아 있는 우리가 아니라 바로 저들이다.”

노병의 입에서 나온 ‘전사한 전우(fallen comrade)’ ‘집으로 살아 돌아오지 못한 그들(Those who never made home 혹은 Who never came home)’이라는 말에서는 그들을 향한 회한, 죄책감, 미안함, 추억, 고통, 상처, 그리움, 사랑 같은 인간의 감정에서 나오는 모든 단어가 다 등장하는 듯했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이 바로 연상된다. 그래서인지 이번 노르망디 행사를 비롯해 전쟁과 관련한 모든 행사나 기념일에 관한 기사에서는 ‘전쟁의 잔혹성’이니 ‘비극’이니 ‘반전’이니 하는 단어는 별로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기념식이 승리를 기념하고 위대함을 자랑하기 위한 기념식이 아니라 전사자를 비롯해 전쟁의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보살피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보살피겠다는 것은 전쟁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당연히 그들의 가족까지를 포함한다는 말이다. 전사한 남편의 이름이 새겨진 머플러를 매고 기념식에 참석한 한 캐나다인 부인은 “우리 애들이(자신의 남편을 비롯한 군인들을 ‘boy’라고 불렀다. 그 말에는 애정에 듬뿍 담겨 있었다) 이렇게 잘 기억되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 말에서 이미 자신들은 그런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것이 암시된다.

 ▲ 지난 6월 6일 프랑스 노르망디 소르해변에서 열린 노르망디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찰스 왕세자가 참전 군인과 인사하고 있다.

▲ 지난 6월 6일 프랑스 노르망디 소르해변에서 열린 노르망디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찰스 왕세자가 참전 군인과 인사하고 있다.

 
영국의 현충일은 11월 11일이다. 이날 11시11분이 되면 전국의 라디오, TV, 성당, 교회에서 종이 울리며 영국인들은 2분간 묵념을 한다. 영국의 현충일은 ‘리멤버런스데이(Rememberance Day)’이다. 기억한다는 뜻의 단어(remembrance)에 ‘날(day)’을 붙여서 만든 이름이다. 국가에 대한 충성을 드높인다는 뜻의 현충일(顯忠日)이 아니다. 전사상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이지, 전쟁의 영광이나 군인들의 충성을 기리기 위함이 아니다. 그래서 영국 현충일은 퇴역군인들의 잔치이다. 전국에서 모인 1·2차대전 참전 군인들을 비롯해 한국전 같은 2차대전 이후에 참전한 각종 전투 군인들이 여왕이 내려다보는 앞길을 행진하는 날이다. 이제 이런 노병들의 행진은 얼마 지나면 더 이상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한때 1만5000명의 회원이 있던 노르망디 재향군인회도 최근에는 회원이 600명만 남아 올해 11월에 해체한다. 한국전 참전용사회도 이미 해체를 해서 참전 사병들이 모임을 따로 만들었다. 이들 노병들이 가고 나면 이제 비로소 1·2차대전은 과거의 전쟁이 될 듯하다.

영국인은 이런 노병이나 군인들에 대해 빚을 졌다고 생각하며 빚을 갚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중 하나가 영국인들이 편집광이랄 정도로 집착을 보이는 각종 기념물 건립이다. 별별 것들을 기념하는 기념물들이 세워진다. 특히 전쟁에 관한 기념물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영국 국방부 자료에 의하면 5만4000개의 전쟁기념물(war memorials)이 영국 내에 세워져 있다고 한다. 전쟁기념물이라고 하면 현충탑 같은 큰 것으로부터 시작해 벽이나 바닥에 설치된 작은 기념판까지 다양하다. 주로 전국에 산재한 작은 마을에서 참전해 전사한 마을 젊은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마을 내의 학교면 학교, 교회면 교회 등에 빠짐없이 설치되어 있다. 심지어는 클럽, 병원, 기업에서도 참전 전사한 자신들의 회원이나 직원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기념물을 만든다.

▲1차대전 중 군대에서 탈영했다가 잡혀와 군사재판을 받고 처형당한 탈영병 혹은 비겁자라 불린 군인들의 추모비(Shot at Dawn Memorial). 이런 처형이 주로 해 뜨기 전인 새벽에 이루어졌다고 ‘새벽의 총살’이라 이름 붙여졌다.

▲1차대전 중 군대에서 탈영했다가 잡혀와 군사재판을 받고 처형당한 탈영병 혹은 비겁자라 불린 군인들의 추모비(Shot at Dawn Memorial). 이런 처형이 주로 해 뜨기 전인 새벽에 이루어졌다고 ‘새벽의 총살’이라 이름 붙여졌다.

 이런 기념물들의 형태는 다양하다. 각각의 전사자 이름이 새겨진 돌 십자가로부터 학교나 교회에 세워져 이름이 나열된 기념탑, 개인 이름이 적힌 교회 내의 바닥 혹은 벽의 명판과 창문의 스테인드글라스, 조각, 동네 광장의 위령탑 등 정말 가지각색이다. 지금도 계속해서 세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국가나 지방정부들이 주도했으나 이제는 해당 단체나 기관들에 의해 세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순전히 ‘그들만의 잔치’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왕족이나 주요 인사들이 이런 기념물 건립식에 참석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런 각종 기념물이 건립되는 이유에 대해서 영국 사회의 합의가 있다는 방증이다. 모금도 순조롭고 후원도 전혀 식지 않고 있다. 이런 기념물을 세우는 이유를 영국 국방부 홈페이지는 이렇게 적어 놓았다. ‘그들의 이름과 공적을 기억하고 다음 세대들이 그들의 희생을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게 함으로써 후세가 교훈을 배워 그들의 희생이 헛되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전쟁에 관한 영국 기념물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웨스트민스터사원의 무명용사 무덤(The Tomb of the Unknown Warrior)이다. 1차대전이 끝난지 딱 2년이 지난 1920년 11월 11일, 1차대전 서부전선 격전지 중 하나였던 벨지움에서 발굴한 영국군 무명용사를 영국 왕실의 성당 웨스트민스터 정문 바닥에 안치한 것이다. 이후 이곳은 영국을 방문하는 각국 수반들이 화환을 바치는 곳 중의 하나가 되었다. 현 엘리자베스 여왕의 어머니인 전 왕비도 자신의 장례식에 쓰인 화환을 여기다 바쳐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도 자신의 결혼식 화환을 바치기도 했다. 1936년 이후 웨스트민스터사원에 사람의 주검이 매장된 것은 이 무덤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 무명용사는 2000년 BBC가 조사한 100명의 위대한 영국인에도 76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이 무명용사 무덤은 서부전선에서 너무 많은 죽음을 목격한 군종신부 데이비드 레일톤에 의해 처음으로 제안되었다. 그가 처음으로 전쟁터에서 본 무명용사의 실제 무덤에는 연필로 ‘무명 영국 병사의 무덤’이라고만 쓰인 나무십자가가 초라한 무덤 앞에 서 있었다. 너무나 가슴 아팠던 레일톤 신부는 영국에서 웨스트민스터사원 주임신부에게 편지를 썼다. 웨스트민스터사원에 묻힌 왕들 사이에 대영제국을 위해 전사한 무명용사를 묻자고 제안했다. 웨스트민스터 주임신부와 당시 총리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가 찬성을 해서 왕이나 장군이 아닌 병사, 그것도 이름도 안 알려진 무명의 병사에게 역사상 처음으로 영광이 돌아간 것이다. 이런 무명용사의 무덤은 이것이 최초이고 이후 세계적으로 유행이 됐다. 프랑스 파리 중심가 대로 샹젤리제의 끝 광장에 세워진 개선문 안에도 같은 무명용사의 무덤이 있다. 영국과 같은 날 안장을 했었다.

이런 기념물에 관한 최고의 극치는 국립기념물식물원(National Memorial Arboretum)이다. 영국 중부지방 스타퍼드셔주에 위치한 150에이커(60만㎡) 크기의 영국 국립기념물식물원은 영국인이 얼마나 대단하게 기념물에 집착하는지를 보여주는 곳이다. 여기에는 각종 기념물 300여점이 있다. 60%가 군에 관련된 것이지만 군과 관련 없는 특이한 것들도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전함 아메시스트호의 고양이 기념비이다. 1949년 중국 양쯔강 사건 때 중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배에 있던 고양이 기념비다. 선원들의 귀여움을 받으면서 쥐도 잡고 선원들을 위로하고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고 기념물을 세워줬다. 그뿐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도망자 추모비(Shot at Dawn Memorial)까지 있다. 1차대전 중 군대에서 탈영했다가 잡혀와 군사재판을 받고 처형당한 탈영병 혹은 비겁자라 불린 군인들이다. 이런 처형이 주로 해 뜨기 전인 새벽에 이루어졌다고 ‘새벽의 총살’이라 이름 붙여졌다. 기념물은 처형당한 탈영병의 딸에 의해 2001년에 공개되었는데 젊은 사병이 눈을 가리고 양손은 뒤로 묶인 채 서 있는 모습이다. 아무런 장식 없이 실물 크기로 세워진 석상이 완벽한 흰색이라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모델은 처형당한 17세 사병의 실물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그 소년은 징집을 피하려 나이를 속였다가 들켜서 처형을 당했다. 비록 탈영을 했거나 징집기피를 했어도 제대로 된 변호도 못 받은 공정한 재판이 아니라고 여겨져 2007년 결국 이들에 대해 가해졌던 모든 징벌을 무효로 만들었다. 1차대전의 참혹한 전투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처형한 것을 뉘우치는 추모비이다. 그동안 이런 군인들은 기념물 어디에도 이름을 발견할 수 없었는데 이 기념물에는 그런 306명의 이름을 모두 나열하고 있다.

또 사산아(stillbirth)와 태어나자마자 사망한 신생아(neonatal death)를 위한 기념비도 있고 북아일랜드 군견, 1·2차대전 종군 군마 기념물도 있다. 원래는 전사하거나 공무 중 순직한 공무원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나중에 범위가 더 넓어져서 각종 다른 경우도 포함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주 다양하고 특이한 기념물들이 한곳에 모인,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곳이라 유명해졌다. 여기에는 개인이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지를 기리기 위해 만든 400여개의 벤치, 700여개의 도로석판들도 있다. 1997년 이후 7만여그루의 나무가 심어졌는데 그런 나무를 지정해서 자신의 뜻을 새길 수도 있다. 지금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어떻게 그런 기념물들을 세웠는지 알 수 있다.

▲ 영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웨스트민스터사원의 무명용사 무덤(The Tomb of the Unknown Warrior)에 헌화하고 있다. 1936년 이후 웨스트민스터사원에 사람의 주검이 매장된 것은 이 무덤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 영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웨스트민스터사원의 무명용사 무덤(The Tomb of the Unknown Warrior)에 헌화하고 있다. 1936년 이후 웨스트민스터사원에 사람의 주검이 매장된 것은 이 무덤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영국인들은 참전군인을 잊지 않기 위해 기념물을 세울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전사한 가족이나 부상당한 군인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돌봐주는 것이다. 그중에서 영국 국민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매년 11월 11일 현충일 앞뒤 한 달간 ‘리멤버런스데이 포피’라 불리는 빨간 색깔의 개양귀비(poppy)를 가슴에 다는 것이다. 퇴역군인들과 가족들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의 표시이다. 1918년 1차대전 종전으로부터 시작된 오랜 자선모금으로 매년 35만명의 자원봉사자가 무려 4600만개의 포피와 10만개의 화환, 75만개의 십자가를 판매한다. 그렇게 해서 2012년 3500만파운드, 2013년 3700만파운드가 모였다. 영국 한인타운 뉴몰든 근처 리치먼드의 포피공장 종업원은 모두 전상 군인들이다.

이제 실질적인 정부 차원의 보살핌을 살펴볼 차례이다. 퇴역군인들을 위한 복지의 중심에는 영국 퇴역군인 복지청(VWS·Veteran Welfare Service)이 있다. 영국 병무청(Defence Business Services) 소속이다. 90만명의 전사·부상 군인을 포함한 퇴역군인과 가족까지 포함해 460만명의 원호 대상을 돌본다. 전국에 지점을 두고 해당지역의 군인들과 가족들을 도와준다. 전상 군인들을 비롯해 모든 퇴역군인들의 복지, 연금, 융자, 보조금, 비상숙소, 구직, 재교육, 건강문제, 복지문제, 복무기록, 상벌문제 등을 VWS가 담당한다.

영국의 부상군인에 대한 복지제도는 아주 오래되었다. 9세기 알프레드 대왕 때부터 영국에는 전사나 부상당한 군인들을 위한 연금과 그에 해당하는 토지를 내려주는 제도가 있었다. 엘리자베스 1세도 군인연금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고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1590년에 차탐체스트라는 본격적인 군인연금제도가 세계 최초로 생겼다. 기금은 해군 전군의 월급 일부를 갹출해서 만들어졌다.

영국에서 퇴역군인들에 대한 특혜는 여러 군데서 발견할 수 있다. 의료보험의 경우 처음에는 참전군인 우선처리를 목표로 하다가 이제는 모든 퇴역군인들까지 포함하고 있다. 가정의가 전문의에게 환자를 의뢰할 때 반드시 퇴역군인 여부를 명시하게 되어 있고 일반 환자들보다 최우선적으로 진료해 주어야 한다. 특히 퇴역군인들은 법에 의해 다른 일반인들보다 주택 배정의 우선권을 받는다. 주택을 받기 어려우면 당분간이라도 임시주택이나 호텔 같은 곳을 배정받고 경비는 지방정부가 지불한다, 영국 법에 의하면 주택이 없는 영국 국민은 주택에 대한 도움을 받을 법적 권리가 있고 정부는 도움을 주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그래서 어떠한 경우에도 집이 없는 국민은 불법이다.

감옥에 있는 퇴역군인까지 챙기는 ‘프리즌 인 리치(Prison in reach)’라는 프로그램도 있고 군복무로 인한 정신적 장애를 겪는 퇴역군인들을 위한 프로그램(The Veterans and Reserves Mental Health)도 있다.

뿐만 아니다. 퇴역군인들은 기차 및 버스 이용권 등을 비롯해 별별 혜택을 다 받는다. 심지어는 제대로 몰라서 못 찾아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중 일부를 들어보면 부상군인과 가족들이 휴가를 가게 도와주는 자선단체(Families’ Activity Breaks, Holiday4Hero)를 비롯해 무료 극장표(Tickets for Troops)를 주는 단체, 부상군인들이 고카트(Army Karting), 세일링(Tideway Sailability), 낚시(Fishing for Forces), 서핑(Surf Action), 승마(Riding for Disable), 축구(Inside Right) 같은 운동을 통해 치유되게 돕는 자선단체들도 있다. 이런 단체들은 일반인들이 회원이 되어 회비도 내고 자원봉사도 하지만 왕족, 귀족을 비롯한 영화배우, 가수, 프로운동선수들도 후원을 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 정말 영국의 자선단체들은 조사를 하면 할수록 “아니! 이런 단체도 있었나!” 하는 감탄이 나올 정도다.

웨스트민스터사원 바닥에 묻힌 무덤 중 유일하게 방문객들이 밟지 못하는 곳이 ‘무명용사의 무덤’이다. 이를 덮은 검은 벨지움 화강암 석판에는 ‘신과 왕과 조국,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과 제국과 정의의 성스러운 가치를 위해, 그리고 자유로운 세상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인 목숨을 바친 용사에게 기도를 바친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 문구가 군인들의 희생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 주는 듯하다.

주간조선

글쓴이 권석하
IM컨설팅 대표.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 1980년대 초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건너가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유럽 잡지·도서와 미디어 저작권 중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도서출판 학고재 등의 편집위원. 저서로는 '영국인 재발견(안나푸르나)'. 케이트 폭스의 ‘영국인 발견(Watching the English·학고재)’을 번역 출간했다. 영국 국가 공인 관광가이드시험에 합격, 관광가이드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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