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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Sunday를 만들며
코리안위클리  2007/03/22, 23:13:42   
영국 특파원 시절 가장 열심히 보았던 신문이 선데이 타임스(Sunday Times)입니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권위지 더 타임스에서 만드는 일요일 신문입니다. 영국엔 1000개 가까운 신문이 발간되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더 타임스는 주중에 60만부가 팔립니다. 그런데 선데이 타임스는 그 두배인 120만부나 팔립니다. 가격도 3배(약 3500원)입니다.
왜 그렇게 많이 팔릴까. 한 주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주중에 바빠 신문을 못읽는 사람, 주중에 인터넷이나 무가지로 짧은 뉴스만 접하던 사람들이 주말에 선데이 타임스를 사서 보는 것입니다. 영국인들은 일요일 아침 빵을 사러나와 가게 입구에 놓여진 선데이 타임스를 같이 집어듭니다. 빵이 몸을 위한 양식이라면, 선데이 타임스는 머리를 위한 양식인 셈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엔 왜 일요일 신문이 없을까. OECD 국가엔 모두 일요일 신문이 있는데…. 물론 언론인과 언론사에 책임의 일단이 있습니다. 동시에 여건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앙일보사는 오래전부터 일요일 신문 창간을 준비해왔습니다. 2006년 봄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독자를 상대로 수십 차례, 다양한 기법의 조사를 했습니다. 블루 오션(Blue Ocean)이 보였습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새로운 신문 시장의 가능성을 만들어 냈습니다. 멀티미디어 시대, 정보 홍수 시대에 독자들은 오히려 더 정보에 목말라했습니다. 인터넷이나 DMB 등 뉴미디어를 통해 시시각각 뉴스를 접하지만 정작 머리에 남는 정보는 없다는 얘기도 많았습니다. 뉴미디어 정보들이 단편적이고 감성적이기 때문입니다.
주중에 바빠 신문을 제대로 못본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주5일제 근무가 확산됨에 따라 일요일에 신문을 읽을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들의 경우, 바쁜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엔 다음 주를 준비하며 집에서 쉬는 생활패턴이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조사결과에 맞춰 18일 창간한 새로운 개념의 신문이 ‘중앙SUNDAY’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심층보도로 콘텐트를 고급화한 고품격 신문(Quality Paper)이라는 점입니다. 정보 홍수 속에서 독자들이 정작 목말라하는 정보는 정확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기사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중앙SUNDAY는 3가지 섹션으로 모두 76 페이지 분량입니다. 광고가 차지하는 면적이 기존 일간지들의 절반 이하이기에 실제 기사 분량은 기존 일간지보다 훨씬 많습니다. 첫번째 뉴스종합 섹션은 핵심이슈를 파헤치는 포커스(FOCUS)와 다음주를 전망하는 프리뷰(Preview), 재테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담은 경제(Money&Biz), 국내외 석학의 칼럼 등으로 구성됩니다. 두번째 스페셜 리포트(Special Report)라는 섹션은 뉴스의 핵심 인물이나 조직, 이슈를 하나씩 골라 16 페이지에 걸쳐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시사 관련 논술 참고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모아두면 훌륭한 교양서적이 됩니다. 세번째 섹션인 매거진(Magazine)은 주말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 교양지입니다. 일본 와인만화 ‘신의 물방울’ 저자가 매주 와인칼럼을 기고하며, ‘공부’의 저자인 소설가 장정일씨가 직접 저자와의 인터뷰를 씁니다. 읽는 재미는 물론 읽고 나면 교양이 쌓일 것입니다.
중앙SUNDAY는 여러모로 차별화된 매체입니다. 기존 일간지와 다릅니다. 일주일간 시간을 가지고 심층취재해 깊이 있는 콘텐트를 담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발간되지만 주간지와도 다릅니다. 주간지는 미리 마감해 늦게 배달되기에 뉴스가 부족합니다. 그러나 중앙SUNDAY는 토요일 밤까지 발생한 핫뉴스를 담아 일요일 새벽에 배달되는 신문입니다. 출발부터 선데이 타임스와 같은 질과 양을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독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앞으로 계속 뉴스의 품질을 높이고 범위를 확대해나갈 것입니다. 중앙SUNDAY는 한국 언론사의 획기적인 실험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오 병 상
전 영국특파원/중앙SUNDAY Chief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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