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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9 ‘처녀왕’의 신화
코리안위클리  2009/01/28, 04:26:44   
▲ 스페인 무적함대의 격파를 기리는 <아르마나 초상화>(사진 위)에서 엘리자베스는 위대한 여황제이자 찬란하고 고결한 승리자로 그려진다. 엘리자베스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힌 뒤에도 국가적·종교적 상징으로서 영원히 살아남았다. 영국 역사가 지속되는 한 영국 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각인될 것이다.
‘국민적 히로인’ 엘리자베스 1세
카리스마 지닌 최초 여성 정치인
영국 국민 정체성·국민문화 형성 중요한 역할


21세기가 시작될 무렵 가장 위대한 CEO 가운데 한 명으로 뽑혀 화제가 된 엘리자베스 1세(1535~1603)는 16세기에 살았던 튜더 왕조의 여왕이다. 아이작 뉴턴,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영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여겨지는 엘리자베스 여왕은 그 누구보다도 ‘국민적 히로인’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영국인들의 집단적 심성에 가장 깊이 연계되어 있는 여왕으로서, 잉글랜드, 나아가 영국의 국민 정체성과 국민문화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01년에 발간된 영국의 위대함을 기리는 책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사건은 당시 최강대국이던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퇴시긴 일(1588)이다. 이는 영국 국민의 자기이미지 형성에 결정적인 사건으로서 영국인들은 1588년을 신의 축복의 해로 기억하는데, 그 기억의 한가운데 엘리자베스 1세가 자리하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또한 영국 역사상 최초의 진정한 여성 정치인이자 카리스마를 지닌 국왕이었으며, 신민으로부터 사랑받은 몇 안 되는 군주 가운데 한 명이었다.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으로부터 사람들은 위대한 지식인과 천재적 시인, 현명한 정치인, 그리고 스페인 격퇴를 떠올리며, 해상의 모험과 영광스러운 대영제국의 시작을 연상한다. 그러나 화려한 명성과 기억 뒤에는, 대외적으로 아직 약소국인 잉글랜드를 이끌어야 했으며 국내적으로 신·구교 간의 갈등을 무마시켜야 했던 엘리자베스라는 한 가녀린 여성이 있다.
여왕으로 즉위한 지 20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그녀를 전복시키려는 음모가 적발될 정도로, 엘리자베스의 왕권은 상당한 취약성을 띠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엘리자베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왕 가운데 한 명으로, 그리고 신민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군주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녀에게 바쳐진 최대의 찬사는 “지상에서는 첫 번째 처녀, 천상에서는 두 번째 처녀’일 것이다. ‘처녀왕Virgin Queen’ 엘리자베스는 성모 마리아 다음 위치를 차지하는 성스러운 처녀로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이 찬사의 문구가 쓰였을 때 그녀의 나이는 70세였는데, 이 늙고 쇠약한 여인이 ‘천상의 두 번째 여왕’으로 통치하는 이상 다른 어떠한 찬사도 필요 없을 터였다. 그러나 엘리자베스의 처녀성은 이렇듯 궁극적으로 강력한 정치적 무기가 되기는 했지만 즉위 초에는 오히려 방해물로 작용했다.
1980년대까지도 여왕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나 학계 연구에 공통적으로 깔려 있던 암묵적 가정은, 엄청난 역경에 직면하여 그처럼 영광스러운 신화를 만들어낸 인물을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왕 가운데 한 명으로, 그리고
신민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군주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엘리자베스의 기억에서 신화를 걷어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요즘 역사학계에 불어 닥친 신화 들춰내기, 역사 다시 읽기 등의 작업이 그 배경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다른 모든 전설적 인물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엘리자베스에 대한 대중적 기억 역시 시대에 따라 부침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엘리자베스는 한편으로 허영심 많고 거만하고 대담하고 자주 불공정하고 자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우유부단한, 이를테면 정통 튜더 기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한편 용감하고 영리하고 놀랄 정도로 분명하고 때로는 진정 현명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는 이미지 창출을 통해 자신을 우리 가슴속에 대단히 강력한 여성으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같은 이미지는 20세기 전반기까지도 갈등의 초점으로 간주되었다. 엘리자베스가 남긴 신화는 생존 시부터 부침을 겪었으며, 17세기 이래 그에 대한 향수 어린 숭배가 여러 버전으로 진행되었다.
한편에서는 그녀의 즉위와 무적함대의 격파, 17세기 후반 이후 나타난 개신교 히로인의 이미지, 로스트비프를 먹는 평범한 잉글랜드 사람이라거나 국민적 시인인 셰익스피어의 자애로운 후원자라는 내용의 거짓 이야기들이 만들어낸 엘리자베스, 그리고 그녀와 왕국 사이에 이루어졌다는 결혼 등의 신화가 존재해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성을 왕권에서 분리시키려는 의도들, 빅토리아라는 매우 다른 여왕권이 만들어낸 그늘 속에서 진행된 늙고 아이를 못 낳는 여자로서의 부정적 이미지, 그리고 모든 것에서 소외된 고집스런 여인으로서의 이미지가 존재해 왔다. 물론 부정적 신화보다는 긍정적 신화가 훨씬 강했기에 오늘날에도 글로리아나는 대중매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남아 있다.
비록 엘리자베스의 신화가 여러 종류의 서사를 낳기는 했지만, 그녀가 남긴 영원한 신화는 특히 스펜서가 수놓은 요정의 여왕이라는 이미지일 것이다. 거기에는 아서 왕이 언덕 밑에 잠들어 있듯 엘리자베스도 단지 잠들어 있을 뿐이며, 잉글랜드가 필요로 할 때 아서 왕이 다시 일어날 것이듯 엘리자베스 역시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암시가 담겨 있다.
스펜서가 남겨 놓은 이 강력한 이미지는 아서 왕의 신부이자 아스트라이아 여신인 엘리자베스를 오늘날에도 숭배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으며, 영국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영국 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각인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엘리자베스는 영원히 다시 살아나는 불사조이기도 하다.



필자 박지향(朴枝香) 교수는
1953년 서울 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1978),
미국 뉴욕주립대 박사(유럽사학 1985), 영국사학회 연구이사
현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저서: ‘영국사’‘제국주의’‘슬픈 아일랜드’‘일그러진 근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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