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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105 ‘로마서 8:37’이라는 영화를 보고
코리안위클리  2018/08/01, 05:43:10   
▲ 로마서라는 영화에서 필자가 본것은 교회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전체의 자화상이었다. 우리 마음속에서의 우상과 교만을 마주하게 하는 교훈적인 영화였다.

얼마전 우연히 ‘로마서’라는 인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제목에서도 물씬 풍기듯이 얼른 기독교적인 영화가 아닌가 싶어서 궁금하기도 하고 회피하고 싶기도 했다. 왜냐하면 제목이 너무나도 노골적인 것이 조금은 거부감을 주기도 했고 또한 휴식을 위해서 영화 한편 보려고 하는데 굳이 머리 아프게 심각한 영화를 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성이 호기심이 많아서인지 그냥 보게 되었다. 역시 보고 나서는 후회를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내용 자체가 너무나도 한숨을 많이 쉬게 했기 때문이다. 영화에 많이 나오는 ‘죄’, ‘용서’, ‘교만’ 등등의 단어들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강력한 감정들 중의 하나이고 이러한 감정들이 성경에서 자주 나오고 또한 영화 무대가 되는 교회중심의 신앙 생활에서 선명하게 부각되는 점이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영화였다.
또한 이게 한국의 교회를 고발하는 영화인지 아니면 한국의 정치판을 풍자하는 건지 잘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무대는 교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인간사회의 한 축소판을 잘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몇천 년 동안 인간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감정들이라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별반 다를 것이 없고 그렇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도 절실하게 다가왔다.
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한국의 현재 교회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고발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고 그럼으로서 얼마나 전지전능한 지도자에 대한 열망이 강렬한지도 보여 준다. 한 교회의 담임 목사가 여신도와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임목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고 또한 고발하는 여신도들을 오히려 모함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장면에서 이 사회의 다양한 얼굴에 대한 경각심이 또다시 일깨워지게 되었다.
신문 기고를 통해서 누차 이야기 했듯이 인격의 성숙을 도모하는 것은 ‘진실’ 밖에는 없다. 돈이나 명예는 남을 속이거나 훔치거나 해서 얻을 수도 있지만 마음의 성장은 있는 그대로를 직시하고 받아들이고 아파하는 용기 없이는 생겨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이러한 과정이 두려움과 불안을 동반하기 때문에 섣불리 자신이 있는 곳에서 물러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물러나면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다고 불안해 하기 때문에 자신이 있는 곳이 위협을 당한다고 느끼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더욱 더 기를 쓰고 버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진실이 쉽게 왜곡되고 뒷거래를 통한 담합이 횡행하게 된다.
필자가 성장했던 1970년과 80년대는 이런 뒷거래와 권모술수가 판을 치던 세상이었다. 이런 재주가 없는 사람은 출세나 성공하기 힘들었고 오히려 진실을 사수하려는 사람은 ‘바보’나 ‘현실 부적응’으로 비난받기 일쑤였다. 그런 면에서 이런 문화에서 ‘바보’라는 별명을 가진 분이 대통령이 된 것은 일대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한국의 당시 문화에서는 엄청난 진보였겠지만 여전히 ‘현실’이라는 부분이 발목을 잡는다. 앞서 얘기했던 죄나 용서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게 많이 바뀌지는 못했던 현실이 문제가 되었다.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뉘우치거나 자신을 해꼬지한 사람을 진심으로 용서하는 것은 여러가지 전제 조건들을 필요로 한다. 그중의 하나가 사회 전체에 얼마나 ‘증오’ 보다는 ‘사랑’이 넘치는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마음속에서도 이러한 증오와 사랑이 동시에 존재하고 또한 같은 대상에 대해서 이러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이다. 자신이 증오하는 대상이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깨달아야만 ‘염려’와 ‘돌봄’이 생겨나지 않겠나. 그런데 증오가 판을 치고 보복으로 두려워하는 사회에서는 자신을 지켜줄 신적인 대상에 대한 갈망이 극심해진다. 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신도들은 교회에 대해서 지나친 ‘이상화’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신도들은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고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성경을 읽지만 이들은 겉으로는 기도하고 대화를 하면서 내면적으로는 전혀 자기 이외의 존재와는 소통하고 있지 않는다. 자신이 연결되었다고 느끼는 대상은 자기 자신의 환상에서 만들어 놓은 하느님이고 목사님이요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그분들의 이야기만이 자신의 귓속에 들어온다.
이러한 종교 이야기를 가지고 심리세계를 이야기 하는 것은 종종 오해를 불러올 요지가 있는데 예를 들어서 ‘거봐 그러니까 난 교회를 안나가고 성당을 나가’, ‘그래서 불교가 최고야’ 등등의 반응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들은 지금 교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가지고 설명하는 왜곡된 심리적 메커니즘에 정확하게 들어 맞는다. ‘기독교는 안좋고 불교가 좋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아주 편협한 마음 가짐으로서 쉽사리 피해의식이 생기고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으로 진실을 추구하기 어렵게 된다.
한국에서 최근에 생기고 있는 ‘갑질 문화’에 대한 비판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비판을 하고 있는 그룹 중에는 자기들 스스로가 ‘갑질’을 휘두르면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집단들도 있다. 사회전체가 힘이나 돈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자신들이 세력을 기르고 돈을 모으는 것이 자신들이 원하는 사회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바뀌어지는 세상은 어쩌면 자신들이 원하는 다른 세상이 아니라 다른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내용은 그대로인 또 하나의 세상에 불과 할 수 있다.
집에서 폭력행동을 일삼는 아동이나 청소년을 부모가 폭력을 행사하고 두려움을 심어줌으로써 훈육할 수는 없다. 증오나 분노가 넘치는 자식들의 마음속에 사랑과 염려를 심어 주는 양육을 함으로서 그 악순환을 중단할 수 있다. 로마서라는 영화에서 필자가 본것은 교회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전체의 자화상이었다. 우리 마음속에서의 우상과 교만을 마주하게 하는 교훈적인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교회가 대별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명문대’가 될수도 있고 ‘강남 아파트’가 될 수도 있고 ‘판검사’가 될 수도 있다. 자기가 선택받은 소수로서 특권층이라는 것 그럼으로서 자신은 특별한 존재라서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자신이 하는 행동이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착각이 최근에 부가되었던 미투 운동의 주범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바꾸고자 하는 우리 자신의 노력도 어쩌면 쉽사리 변질되고 주객이 전도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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