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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브렉시트, 이제 영국은 어디로?
코리안위클리  2016/07/20, 07:24:44   
▲ 유럽연합 잔류나 탈퇴를 원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탈퇴가 가져올 결과가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연일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며 의회 앞에서 시위를 하고 또 일각에서는 의회의 정식비준이 있기 전에는 국민투표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왜 영국인들은 유럽탈퇴를 선택했을까? 특히 대도시에 살지 않는 영국인들이 왜 탈퇴를 선택했을까?
지난 6월 23일에 실시된 브렉시트 찬반투표에서 탈퇴를 선택한 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의 복수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전통주의자들의 승리라고도 한다. 영국으로 오는 이민자 수가 급증한 결과로 생긴 외국인 혐오증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 맞는 말 같다. 한 가지 공통점은 유럽연합 잔류나 탈퇴를 원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탈퇴가 가져올 결과가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연일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며 의회 앞에서 시위를 하고 또 일각에서는 의회의 정식비준이 있기 전에는 국민투표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모두가 유럽탈퇴의 파장이 만만치 않음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브랙시트 결과로 전 세계에 걸쳐 경제적으로 후폭풍을 몰아치는 한편 정치적으로는 전 유럽에 심각한 충격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브렉시트가 결정되기가 무섭게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1985년 이래 최대폭으로 떨어졌고 국가 신용등급도 AAA에서 AA로 하락했다. 또 유럽연합을 떠남에 따라 세계 각국과 무역협정을 개별적으로 다시 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영국의 부동산 시장은 잠재적 구매자가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기대하며 매입을 미루는 추세를 보이면서 거래가 뚝 떨어진 상태다. 영국에 투자하려는 외국자본에 대한 인센티브가 약화되는 한편 현재 영국에 위치한 글로벌 회사들의 유럽본사가 머지않아 독일이나 프랑스 등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영국사람들이 탈유럽을 선택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인 이민자 문제는 어떻게 달라질까?
탈퇴론자들은 영국이 탈퇴하게 되면 국경통제를 강화하게 되어 불법이민자의 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즉 유럽연합 회원국 국민의 유럽역내에서의 이동의 자유에 제동을 걸어 이민자의 유입을 막음으로서 이들에게 제공되는 무상 의료혜택과 무상 교육에 소요되는 정부재정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영국이 갑자기 쇄국정책을 쓰게되면 오랫동안 영국이 세계무대에서 누렸던 글로벌 파워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연합 회원국 27개국이 유럽연합에 대한 호감도가 나라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폴란드나 헝가리는 유럽연합에 대한 지지도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다. 유럽연합 안에 있는 것이 자국에 득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의 사정은 다르다. 많은 회원국이 유럽잔류 찬성 인구가 전체인구의 50% 이하이고 그리스의 경우 30%를 넘지 못하고 있는 형국에 브렉시트는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의 반유럽연합 정서를 가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렇잖아도 결속력이 취약한 유럽연합에 이번 브렉시트의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월 13일은 영국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날이 되었다. 6년 동안 재임한 데이비드 케머런 총리가 불명예 제대하듯 물러나고 테레사 메이(Theresa May)전 내무장관이 영국의 76대 총리로 정식 취임했다. 영국으로서는 두번 째 맞이하는 여성 총리다.
메이 신임 총리는 리스본 조약 제 50조에 근거하여 유럽연합에서의 탈퇴협상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빠르면 금년 말 아니면 내년 상반기 중에 리스본 조약 50조에 의거하여 유럽연합 탈퇴의사를 유럽연합에 정식으로 통보하게 되면 그 시점부터 2년 안에 유럽탈퇴에 관련된 모든 협상과 절차가 완료되게 된다.
메이 총리는 취임하기가 무섭게 두 개의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적인 측면에서는 어떻게 영국에 최대한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유럽 연합과 탈퇴협상을 하느냐 이다. 이를 위해 메이 총리는 대표적인 탈퇴론자였던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을 외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브렉시트의 후폭풍으로 보리스 존슨의 위상이 추락하는 듯한 양상을 보인 것에 비해 의외의 기용이라는 시각이 많지만 존슨 장관 본인은 유럽연합과의 협상 총수로서 각오가 단단한 듯하다.
또 하나의 당면과제는 국내 문제 아닌 국내 문제인 스코틀랜드의 독립 움직임이다. 메이 총리는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에딘버러를 방문하여 스코틀랜드 정부 수반인 니콜라 스터전(Nicola Sturgeon) 제1 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회담 전부터 메이 수상은 스코틀랜드 국민의 민심 달래기에 바쁘다. 메이 총리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협상을 하는 모든 과정에서 스코틀랜드를 동참하게 하여 스코틀랜드의 이해관계에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임을 천명하면서 “영국 정부는 항상 스코틀랜드 편이다. 우리가 취하는 결정과 택하는 정책에는 항상 스코틀랜드를 배려할 것이며, 우리는 잘 사는 사람, 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함으로서 우리 영연방의 결속을 다지도록 할 것입니다”라며 스코틀랜드 국민들에게 영연방 잔류를 호소하고 있다.
대영제국의 후손으로서 비록 국토면적이나 인구만 본다면 세계 보통 국가와 다름 없으면서도 지금까지 정치, 경제, 특히 세계 외교무대에서 글로벌 파워의 위상을 견지해온 영국이 이번 브렉시트로 인해 스코틀랜드를 잃고 소영제국으로 추락하게 된다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이은 스코틀랜드의 영연방 탈퇴와 와해현상이 유럽연합의 해체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하지만 영국인들의 장점인 협상력이 충분히 발휘된다면 영국이 겪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위기를 잘 극복해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볼 수는 있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성 그 자체다. 일부 영국언론은 현재의 영국이 처해 있는 상황을 ‘선장 없는 배’에 비유하기도 한다. 아마도 영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기타 관련국들은 앞으로 2, 3년은 불확실성 속에서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며 최선의 희망을 기대하는 마음가짐으로 지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권오덕

전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 겸임교수
고려대 법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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