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토 커뮤니티 구인 전화번호 지난신문보기
전체기사
핫이슈
영국
한인
칼럼
연재
기고
스포츠
연예
한국
국제
날씨
달력/행사
포토뉴스
동영상 뉴스
칼럼니스트
지난신문보기
  뉴스칼럼니스트정갑식 음식칼럼니스트 글짜크기  |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67 가난한 시인의 음식 ‘포리지- porridge’
코리안위클리  2013/07/10, 06:39:50   
▲ 우유와 물 그리고 납작한 오트밀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끓인 보리죽 Porridge. 죽이라고 끓였지만 여전히 보리 특유의 꺼칠꺼칠한 입자들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입과 혀가 느끼는 감촉 또한 그리 편하지는 않다.

못살고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에서 건강식·특별한 음식으로 거듭나

개인이든 혹은 국가이든지 간에 특정한 어느 한 시대, 그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에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은 애환과 스토리가 있게 마련이다. 더구나 그 음식에 관한 애환들이 당대의 모든 사람들이 나누어 가진 공통된 주제일 때, 그 시대를 되돌아 보는 우리의 마음은 좀더 짠하고 가슴이 뭉클하게 아플 것이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네들이 옛 시절을 회상하면 반드시 하시는 말씀들 중에 ‘보릿고개’라는 아픈 이야기가 있다. 늦은 봄과 초여름 사이 먹을 곡식은 전혀 남지 않았던 그 때, 가난한 농민들은 들판에 나가 아직도 채 여물지도 않은 보리를 식량으로 먹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사실을 이야기 하자면 꺼칠꺼칠한 ‘보리밥’과 하얀 ‘쌀밥’은 가난한 사람과 부자들을 선명하게 구별하는 무섭고 서글픈 기준이 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보리밥이 요즘은 건강식으로 사람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특별한 음식, 별식으로 먹는 일들을 보면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음식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영국에도 한국의 보리밥처럼 새옹지마가 된 음식이 있다. 즉 한때는 못살고 가난한 사람들이 허기진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 먹었던 음식이 요즘은 건강한 음식으로 우대를 받으면서 부자들과 명사들의 식단에 오르내리게 된 것인데, 바로 ‘포리지-porridge’라고 부르는 영국식 보리죽이다. 우유와 물 그리고 납작한 오트밀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끓이면 죽이 되는데, 한국에서 먹는 하얀 쌀죽과 비교해 볼 때 모양새는 영 볼품이 없다. 그리고 죽이라고 끓였지만 여전히 보리 특유의 꺼칠꺼칠한 입자들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입과 혀가 느끼는 감촉 또한 그리 편하지는 않다. 영국에서는 몸이 아픈 환자들이나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들이나 할아버지들께서 많이 드시는 음식이다. 좀 더 맛나게 드시기 위해 설탕이나 꿀을 양념처럼 섞어 드시는 경우가 많지만 여전히 맛은 밋밋하기 그지 없다.
이 ‘보리죽-porridge’은 이처럼 요리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간단한 조리법과 영국에서 흔하디 흔한 음식재료로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죄수들에게 식단으로 제공되었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표현이지만 한때 ‘죄인들의 음식’이라 부르곤 했었다. 영국에서 ‘doing porridge’란 말이 ‘유죄를 선고하다’ 혹은 ‘감옥에 보내다’라는 말로 해석되곤 하는 일들도 바로 이 보리죽의 모양새와 대접을 잘 말해 준다. 한국에서 죄인들을 두고 ‘콩밥 먹인다’라고 부르는 것과 동일하게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한국의 콩밥도 영양가는 뛰어나고 영국의 ‘porridge’도 탁월한 건강식이니 이 또한 실소를 금치 못할 묘한 해석 방법이기도 하다.

▲ 동서양 최고의 자연주의 시인 윌리암 워즈워드도 한때 가난에 허덕이며 보리죽을 매일 먹었다.

▲ 동서양 최고의 자연주의 시인 윌리암 워즈워드도 한때 가난에 허덕이며 보리죽을 매일 먹었다.

 
이 ‘보리죽-porridge’에 얽힌 이야기 한 자락을 필자는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필자는 계간지 ‘한국 현대문학관’이란 잡지에 영문학의 대가들이 살았던 흔적을 찾아 글을 적어 기고하는 일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다. 동서양 최고의 자연주의 시인 윌리암 워즈워드의 흔적을 찾아서 취재한 적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당시 가난했었던 워즈워드 가족이 이 보리죽을 주식으로 매일 먹었다는 것을 알았다.
워즈워드와 절친한 교분을 나누었던 스코틀랜드의 국민시인 월트 스콧의 말에 따르면 하루 세 끼 식사 중에서 두 끼를 이 보리죽-porridge으로 식단을 차렸다고 한다. 워즈워드가 누구인가? 문학사에서 금자탑을 이룬 자연주의 시인이고 왕실이 계관시인으로 모시려고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은 대문호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 대 문호에게도 한 시절 이렇게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8살 때 모친이 별세하시고 13살 때 부친 마쳐 별세한 워즈워드는 동생들과 헤어져서 살면서 힘들고 어려운 유년의 시절과 청년시절을 보낸 사람이다. 따라서 중년 이후까지 워즈워드가 전혀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없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생각은 고매 했으나 생활은 평범 했다”라고 이야기한 월트 스콧의 워즈워드의 친구에 대한 설명은 어쩌면 겸손한 이야기 일지 모른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부귀영화를 누릴 정도로 풍족한 삶을 영위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지금부터 200여 년 전의 시대로 되돌아 간다면 그 환경은 더욱 더 어려웠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대문호가 주식처럼 먹었던 보리죽-porridge는 워즈워드를 건강하게 지켜 주었고 그가 당대의 사람들 보다 훨씬 더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되었으리라 생각 한다. 마치 자연을 노래한 그의 시정이 후세들의 마음을 청명하게 지켜주듯이 말이다.

글쓴이 정 갑 식
gsjeung@hotmail.com

영국에서 ‘음식과 문화’를 박사과정으로 수료한 필자는 음식관련업 사업자들이 성공적으로 Business strategy를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전문 컨설팅회사 Fashionfood 21. Ltd의 Directing Consultant로 활동하면서 Essen, 주간조선, 주간경향, 마이다스 등의 잡지에 음식 칼럼도 기고하고 있다.
www.fashionfood21.com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성자
정갑식 음식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플러스 광고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69 풍선껌은 왜 하필이면 분홍색이어야 했을까? 2013.08.14
생산 당시 분홍색 색소 밖에 없었기 때문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68 이 비싼 바닷가재 요리를 누가 먹었을까? 2013.07.24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건너간 가난한 유럽인과 죄수들 식단에 매일 올라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67 가난한 시인의 음식 ‘포리지- porridge’ 2013.07.10
못살고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에서 건강식·특별한 음식으로 거듭나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66 수도승과 개구리 다리 요리 2013.06.26
개구리 ‘frog’ 와 프랑스 남자 ‘Frog’ 의 차이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65 “음식은 더 이상 음식이 아니다” 2013.05.29
문화로 보는 음식의 기준이 중요한 이유
핫이슈 !!!
영국 재향군인회 송년 행사 개최    2021.11.23   
31일 서머타임 시작    2024.03.21   
찰스 국왕 새 지폐 6월부터 유통    2024.02.22   
찰스 3세 국왕 뉴몰든 첫 방문    2023.11.09   
해군 순항훈련전단, 런던한국학교서 문화공연 가져    2023.11.05   
찰스 국왕 새 지폐 6월부터 유..
31일 서머타임 시작
제 22대 국선 재외선거 신고·..
영국 차보험료 사상 최고 기록
영국,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 금..
넷플릭스의 웨스트 엔드 진출 의..
영국 투자 부동산에 대한 세금..
‘한식 전파 프로젝트’를 시작합..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고 있는 당..
영국 2월 집값 상승
포토뉴스
 프리미엄 광고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생활광고신청  |  정기구독신청  |  서비스/제휴문의  |  업체등록  |  이용약관  |  개인정보 보호정책
영국 대표 한인신문 코리안 위클리(The Korean Weekly)    Copyright (c) KBC Ltd. all rights reserved
Email : koweekly@koweekly.co.uk
Cavendish House, Cavendish Avenue, New Malden, Surrey, KT3 6QQ,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