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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정갑식 음식칼럼니스트 글짜크기  |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66 수도승과 개구리 다리 요리
코리안위클리  2013/06/26, 04:50:40   
▲ 중세 가난한 프랑스 농부들은 개구리 요리를 즐겨 먹었다. 집단으로 어울려 살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개구리는 잡기도 쉽고 맛도 영양도 만점인 음식이었다.

개구리 ‘frog’ 와 프랑스 남자 ‘Frog’ 의 차이

속세를 등지고 수양의 길로 들어서 스님 한 분이 계셨다. 심플하기 그지 없는 절간의 음식이 싫지는 않았지만, 세상에서 먹었던 맛있는 음식이 그리운 것은 당연지사. 그 중에서 특히 고기가 몹시 먹고 싶었지만 매일 푸성귀들만 가득한 절간의 식단에서 달리 도리가 없었다. 그러던 차, 도시로 나갈 기회가 생겼는데, 이 참에 몰래 고기를 한 번 맛나게 먹어 보기로 작정했다. 볼일을 다 보고 기회가 왔는데 그때가 마침 여름이라 고기를 구워 먹기에는 너무 더웠고 무엇보다 승복을 입은 차림새라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기에는 남들의 이목이 두려웠다. 고민을 하다가 기막힌 방법을 생각해 냈는데 바로 냉면집이었다. 승복을 입고 당당히 들어간 식당에서 스님은 냉면을 두 그릇 주문했다. 아니다 다를까 고개를 갸우뚱 하던 종업원 왈 “저…스님, 고기를 어떻게 할까요?” 스님은 주저하지 않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면은 조금만 주고, 대신 고기를 서 너 점 넉넉히 냉면 바닥에 깔아 주시게…흐..흐…”라고 부탁을 했다. 우스개 소리로 떠도는 잡담이지만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슷한 이야기가 서양에도 한 자락 있는데, 한국의 농담과는 달리 유럽의 음식문화사에 엄연히 기록되어 있는 이야기다. 바로 수도승과 개구리 다리 요리 이야기다. 때는 중세로 거슬러 올라 간다. 수도사들은 수도원에서 집단으로 기거하고 모든 의식주를 해결한다. 근면하고 꼼꼼하기 그지 없던 수도사들은 농사를 지어 먹거리를 직접 해결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런데 활동량이 부족한 수도사들의 비만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뚱보는 나태의 상징이기도 하기에 수행하는 수도사의 모양새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긴 수도사들의 옷자락으로 감춰져 있는 비만은 본인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때 교황은 수도사들에게 고기를 먹지 말라는 훈령을 발표했다. 그러나 수도사들 중에는 굉장한 미식가들이 많았으므로 이 훈령을 받아 들이기가 참으로 난처했다. 무엇보다도 고기의 졸깃졸깃한 육질에 입맛이 중독되어 있었던 수도사들에게는 고기를 먹지 않고는 도저히 수행할 수 없을 만큼 육식에 대한 갈증이 더해 갔다.
그런데 이때 수도사들에게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반가운 대안제가 나타났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통통하게 다리에 살이 붙어 있는 개구리다. 습지나 늪지 혹은 물가에 무더기로 개골개골 울고 있는 개구리들이 수도사들의 눈에는 황금어장 과도 진배 없었다. 그 맛도 어떤 고기에 비할 바 없이 좋았다. 바야흐로 개구리에게는 수난시대가 도래 한 것이고, 수도사들에게는 맛난 개구리 요리 파티가 시작된 시기 이기도 하다. 소, 돼지, 닭, 생선은 먹지 못하지만, 뛰어 다니는 개구리는 금기의 리스트에서 완전이 배제된 고기? 생선? 무엇도 아니었던 것이다. 개구리 요리는 바로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들로부터, 황당하고 우스운 모양새로 음식의 문화사에 등장했다.
그런데 여기서 개구리는 또 다른 수난사를 맞닥뜨리고야 만다. 바로 서민이라 할 수 있는 농민들이다. 중세에 수도사들이 만든 공동체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환경임을 고려해 볼 때 충분히 수긍이 가는 장면이다. 수도사들이 맛나게 먹는 이 개구리 다리 요리는 바로 농민들에게 여과 없이 수용된 것이다.
개구리 요리의 대중화는 단박에 이루어진 참사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개구리 요리를 즐겨 먹었다. 특히 가난한 농부들에게 개구리 고기 요리는 맛도 그리고 영양도 만점인 음식이었다. 집단으로 어울려 개골개골 울고 있으니 찾기도 쉬었고, 느릿느릿 다니니 잡기도 쉬었다. 프랑스 사람들의 개구리 요리 사랑은 바로 이렇게 시작된 것인데 보기에 따라 가난한 농부들의 슬픈 자화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영국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을 놀리거나 조롱할 때 사용하는 단어가 바로 이 ‘Frog’이다. 즉 개구리 라는 말이 영어 소문자로 ‘frog’로 적으면 말 그대로 일반 명사 ‘개구리’가 된다. 그러나 이 개구리라는 단어가 대문자로 ‘Frog’가 되면 전혀 의미가 달라 지는데 바로 ‘프랑스 남자’가 되는 것이다. 일반 명사에서 프랑스 남자 전체를 가리키는 집단명사로 탈바꿈하게 된다.
영국과 프랑스 양국의 지난 과거를 역사에서 잘 읽어 본 사람들이라면 대문자 ‘Frog’가 가지는 의미를 단번에 파악할 것이다. 요리의 대국이라 콧대가 여간 높지 않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던지는 영국 사람들의 조커와 농담치고는 상당히 뼈가 있는 말이다.

▲ 영국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을 놀리거나 조롱할 때 ‘Frog’라고 한다. 요리의 대국이라며 콧대 높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던지는 영국 사람들의 뼈대 있는 농담이다.

▲ 영국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을 놀리거나 조롱할 때 ‘Frog’라고 한다. 요리의 대국이라며 콧대 높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던지는 영국 사람들의 뼈대 있는 농담이다.


글쓴이 정 갑 식
gsjeung@hotmail.com

영국에서 ‘음식과 문화’를 박사과정으로 수료한 필자는 음식관련업 사업자들이 성공적으로 Business strategy를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전문 컨설팅회사 Fashionfood 21. Ltd의 Directing Consultant로 활동하면서 Essen, 주간조선, 주간경향, 마이다스 등의 잡지에 음식 칼럼도 기고하고 있다.
www.fashionfood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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