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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산책 33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3)
코리안위클리  2013/05/15, 05:13:44   
▲ 호엔잘츠부르크 성에서 내려다 본 잘츠부르크 시내 전경. 잘자흐 강을 중심으로 신구시가지로 구분된다. 전면에 보이는 푸른색 돔이 17세기에 복원된 바로크 양식의 대성당이다.

도시를 여행한다는 것은 곧,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다. 마치 한권의 책을 읽는 것이 그 책의 저자를 포함한 그 책과 나의 만남을 연결해 준 모든 인연의 끈들과 만나는 것이듯, 도시를 만나고 여행하는 것도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 그곳의 현재를 만든 사람들, 그리고 그곳으로 나를 인도한 모든 인연들과 영향들을 다시 만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인연들과의 만남이 도시 여행이라면, 도시를 여행하는 것은 한권의 책을 만나는 것과 같고, 한편의 명작 영화, 또는 엄청난 대작 작품과 만나는 것과도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격적인 대상들의 총체, 도시 여행은 그 도시와 관련된 모든 인물들의 전체를, 마치 책과 나의 만남의 모든 것들처럼, 만나는 신나고도 유익한 경험이다.
사실, 사람이라는 존재 역시도 그가 살아온 순간들 사이에서 만나고 경험한 수많은 인연들을 합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시도 역시 이러한 사람이라는 존재 한 명과 맞먹는 대상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도시 여행이 어떠한 나와 그 도시와의 관계, 그 도시가 이루어진 시간과의 관계의 총합이라면, 도시를 만난다는 것은, 고로 한 명의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이, 그 도시의 오랜 역사와 깊이, 그리고 사연들과 현실들을 만나는 사람과의 인연으로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잘츠부르크는, 그 도시를 여행할 때 마치 고급스럽고 기품있는 귀부인이 된 한 명의 총체적 인격적 존재를 만나는 기분이 들게 하는 도시이다. 흔히들 볼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허세와 천박함으로 무장한 강남 사모님같은 귀부인이 아니라, 정말로, 역사와 내공에서 나오는 깊이 있는 귀한 기품과 고급스러움이 풍성이 내재되어 있는 쉽게 만날수는 없으나 한번쯤 만나보고 싶은 그런 귀부인을 만나는 것 같다.
어쩌면, 이러한 도시이기에, 모짜르트를 탄생시킬 수 있었고, 쿠겔른이라는 초콜렛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10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세계적인 음악축제를 매년 개최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부러워하고 아름답다 칭송하는 이 기품은 다시한번 단순하게 자본으로 사거나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닌, 역사와 깊이가 만드는 것임을 이 작은 도시는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잘츠부르크는 뿐만 아니라, 주변에 태어나서 한번쯤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만나보고 올 가치가 있는 마을들도 함께 품고 공존시켜두고 있는 도시이다. 화창한 날씨가 가득한 날에 이 도시에 찾아온다면, 그 시간 잘츠부르크라는 귀부인과 함께 카페 토마셀리와 같은 곳에서 햇살아래 티 파티를 즐기고 있다면, 이곳은 당신에게 할슈타트를 비롯한 잘츠감머구트라는 곳도 한번 만나보고 올 것을 종용할 것이다. 그녀의 기품은 단순히 여행자들에게 차분히 지혜와 기품을 나누고 알려주는 정도가 아니라, 한편으로는 잠시 떠나볼 수 있는 여유와, 다양한 매력을 존중하고 남겨두는 관용과 여백의 미를 아는 현명함도 품고있는 것이다. 결국, 그녀의 종용에 어느샌가 그 마을을 만나기 위해 짐을 싸서 버스에 오르는 자신을 볼 것이다. 창밖에 스쳐 지나가는 푸르고 아름다운 호수 마을들의 풍경과 그곳을 향하는 설레는 마음 가득한 여행자들을 함께 두고서 말이다.
잘츠부르크가 그리 큰 도시도 아닌데다가, 파리나 프라하처럼 인위적인 아름다움이 넘치는 도시도 아닌 덕분에, 무언가 눈에 꽂혀 영원히 잃어버리지 않을 야경이란 이 도시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디 귀부인이 천박하게 밤의 시간에 사람을 홀린단 말인가. 이렇게 기품있는 존재를 만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화려함을 뒤에 두고, 한번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이 부인이 거쳐온 세월들을 들으며, 그 아름다운 시간을, 마치, 진주목걸이처럼, 화려하진 않으나 그 격조가 느껴지는 악세사리처럼 보내보는 것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야경의 유혹에 넘어간다면, 화려한 사파이어빛 파리의 야경과는 다른 진주빛 평온한 야경을 언덕 위에서 느껴볼 수 있는 여유도 이 도시는 가지고 있다. 여행이라는 것이 어떤 목적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 의미에서 잘츠부르크는 어떤 면에서도 뒤지지 않는 진정한 여행자의 도시이다.
사람은 살아오면서 집단을 형성하고 그 집단이 커져 도시를 만들고 자신들만의 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지켜왔다. 이러한 도시들은 다시 그 곳에서 다시 태어나고 자라고 성장되어지는 사람들을 육성해내는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우리는 도시 출신을 나누어 축구와 야구를 즐겨 보곤 하고, 선거때만 되면, 이런 나뉨이 극대화가 되어 적대감을 키우고 집단 협력을 높이려고 한다. 결국 시간이 흘러 이러한 도시들은 하나의 인격을 가진 존재처럼 사람을 만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또 한명의 사람을 탄생시키고 양육하고 성장시키기까지 한다.
그래서 도시는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고, 또 사람을 만나듯 여행을 해야 한다.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여행을 즐길줄 알듯, 도시도 사람다운 사람에게 진정한 그들의 매력을 오픈한다.
잘츠부르크의 귀부인은 오늘도 카페 한구석에서 그대에게 이러한 지혜를 알려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글쓴이 박 서 재
plibrary@daum.net

워릭대학교 Theatre Studies 박사과정
University of Bristol (MA/Mphil)
유럽 17개국, 100여개 도시
이벤트·축제 방문 리서치
다수 공연작품 연출·조연출·스태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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