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에 시작해서 약 13개월 동안 본 연재를 진행했다. 지난 2006년에 ‘건축을 통한 영국문화 읽기’, 2008년에 ‘런던의 매력적인 거리를 찾아서’ 그리고 2009년에 ‘유럽 최고의 건축을 만나다’를 각각 30회, 20회, 30회에 걸쳐 연재한 바 있다. 돌이켜 보니 약 6년 동안 본 연재를 포함하여 총 105회의 칼럼을 썼다. 앞선 세 번의 연재가 유럽의 건축과 도시를 소개한 반면에, 이번에는 다양한 제품 디자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총 스물네 명의 건축가를 소개했는데, 기능별로는 가구, 주방용품, 보석, 의상, 자동차, 신발, 유리 및 스테인레스 세공품, 컵(커피잔), 시계, 문 손잡이, 가전제품 버튼 등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알레시가 주도한 독특한 주방용품을 많이 소개했고, 그 다음으로 다양한 기능과 목적의 가구가 등장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본 칼럼에서 소개한 제품들은 개별적으로 상상을 초월할만큼 인기를 큰 누린다.
예를 들어, 미스 반 데어 로헤가 80년 전에 디자인한 ‘바르셀로나 의자’는 나라를 불문하고 어지간한 대형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알도 로시의 ‘에스프레스 커피메이커’와 필립 스탁의 레몬짜는 기계인 ‘주시 살리프’는 주부들로부터 센스있는 주방용품으로 각광받으며,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안나 지 와인 따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와인 따개로 평가받는다.
그러면 왜 건축가는 제품 디자인에 관심이 많을까? 두 가지 주요한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삶에 대한 관심이다. 흔히 집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 말하는데, 이는 곧 건축가라는 직업이 삶의 다양한 방식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삶에 대한 관찰은 조금 더 편안한 삶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집을 넘어서 디자인 가능한 다양한 제품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둘째, 건축가는 통상 자신이 지향하는 건축적 개념을 갖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집의 디자인을 통해서 드러나는데,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이 같은 건축적 개념을 접목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일반인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건축적 생각을 제품을 통하여 설명하는 것이고, 제품은 곧 자신이 추구하는 건축을 축소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사는 시대를 흔히 ‘디자인의 시대’라 부른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훌륭한 디자인을 수반하지 못한 제품은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는다는 의미다.
건축가의 디자인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일반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건축가가 디자인한 가구와 커피잔을 사용하고, 시계를 차고, 신발을 신고, 반지를 끼는 것을 통해서 삶의 활력소이자 또 다른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인지 본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앞선 다른 칼럼에 비해서 상당히 많은 독자들로부터 메일을 받고 의견을 들었다. 너무나 파격적 형태의 제품이 실제로 사용가능한지, 의자는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주전자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등등 독자들의 지대한 관심은 초기 필자의 예상을 훨씬 넘어섰다.
우리가 사는 시대를 흔히 ‘디자인의 시대’라 부른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훌륭한 디자인을 수반하지 못한 제품은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는다는 의미다.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사용하기 편해야 한다. 더불어 나름의 의미와 상징성을 갖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옷이 날개라는 표현이 있는가 하면, 같은 음식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표현도 종종 사용한다. 이 역시 크게 보면 디자인의 가치와 중요성과 연관된다.
필자 역시 한국에 있을 때, 동료 건축가들과 함께 의상디자인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고, 현재 주방용품을 디자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본 연재를 진행하면서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건축가가 디자인한 제품을 소개하는 기쁨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13개월 동안 본 연재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코리안위클리 독자들께 깊이 감사 드린다.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도시사회학자)
archtocity@chol.com저서 :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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