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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이승구 글짜크기  | 
Flair Bartender 그리고 Epilogue
코리안위클리  2009/11/11, 04:40:57   
영국에 도착한 첫날 Pub에서 마셨던 이름 모를 맥주의 맛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갑작스럽게 한국을 떠나와서 였을까. 맥주 한 잔은 피곤한 몸을 금새 취하게 만들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런던의 첫날밤은 왠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이었다.
좁은 땅덩이에서 서로를 이기기 위해 아옹다옹하기 보다는 세계 바텐더들과 겨뤄보자는 엉뚱한 생각이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만들었던 것 같다. “1년 적당히 하고 들어와라”라는 주위의 핀잔들은 런던의 물가보다 더욱 힘들게 다가온 영국 생활의 초조함이었다.
이제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영화가 되어버린 ‘Cocktail’처럼 세월은 흐르고 영화는 영화일 뿐 바텐더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다. 술과 관련된 직업이기에 사람들의 삐딱한 시선을 받고 자기 이름으로 된 술집을 내면 사람들은 그것을 성공이라고 말한다.
런던에서 병을 돌리며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이십 대의 열정과 젊음을 쏟아 붓고 플레어 바텐더(Flair Bartender·바에서 병을 돌리며 칵테일 만드는 사람)가 된 느낌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행복은 그리 어렵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에 눈을 돌리며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을 느끼면 되는 것이다. 토익 점수를 위해 영어 공부를 하고 쥐구멍만큼 좁은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스트레스 받는 것과는 달리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정상급 바텐더들과 겨루는 모습이 더 큰 즐거움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병을 돌리는 이유를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없지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인지도 모른다.
박지성 선수의 화려한 모습 뒤에 언제나 피나는 노력이 숨겨져 있듯이 손이 갈라지고 부어도 플레어 바텐더는 도전에 목말라 있다. 마치 1000개짜리 퍼즐을 맞춰 쾌감을 느끼듯 동작 하나하나의 묘한 흥분이 무대에서 보여지는 심장 박동소리보다 더 짜릿하다.

행복은 어렵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소한 것들에 눈을 돌리며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을 느끼면 된다.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할 만한 거창한 경력도, 인터넷에서 쏟아져 나오는 한국 젊은이의 성공 스토리도 아니다. 하지만 그냥 단 한 가지, 영어 사전에 씌여진 ‘Flair’라는 뜻 그대로 나 자신을 보여주는 이력서의 한 대목으로 기억되고 싶다.
세상은 분명 좀 더 가까워지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 열심히 생활하며 멋진 인생을 펼치는 한국인도 정말 많다. 이제 와서 자신을 성공 케이스라며 자부심을 느끼기보다는 한국 아닌 다른 곳에서 느끼고 본 이야기를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가령 영국에서 만난 한국 사람이 “소주를 기본으로 한 한국식 칵테일은요?”라고 질문하기 전에 “지난번 마셨던 칵테일은 참 좋았어요”라고 건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익숙하지도 않은 소주를 억지로 권하며 한국을 알리려는 노력도 좋지만 칵테일에 관한 20개의 작은 글도 약간은 특별했으면 좋겠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이곳 저곳 찾아 다니듯 멋진 칵테일을 보고 마시며 그 칵테일을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 어디선가 땀흘리는 바텐더들에게 박수를 보내줬으면 한다.
기회를 주신 Korea Weekly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 Plan B가 없었던 막막한 시절 많은 도움을 주신 Wasabi 사장님, 지금까지 같이 늘 웃을 수 있는 Golders Green 사람들, 아담형, 불나방 가족들, 너무나 심심한 본머스에서 활력이 되었던 보안관 패밀리들, 그 동안 영국이기에 상처 받고 피해 봤던 주위의 친구들에게도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2009년 11월 본머스에서

이승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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